1500년 전 대가야 가실왕(嘉悉王)은 백성들의 민심을 추스리고 나라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우륵에게 가야금 창제와 가야금곡을 작곡하게 했다.
가실왕의 명을 받은 우륵은 고령군 대가야읍 쾌빈리 '정정골'에서 가야금과 가야금곡 12곡을 작곡, 제자들과 함께 연주했다. 그 소리가 워낙 '정정'하게 들려서 이곳이 정정골이 됐다.
쾌빈리 정정골에 우륵과 가야금 테마박물관인 '우륵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는 이유다.
◆우륵과 가야금 테마박물관
2006년, 정정골에 세워진 우륵박물관은 악성 우륵과 관련된 자료를 발굴하고, 수집·보존 전시해 국민들이 우륵과 가야금의 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전국 유일의 우륵과 가야금 테마박물관이다.
고령군에서는 매년 4월 초가 되면 대가야체험축제가 펼쳐지는 데, 축제 기간 중에는 우륵 가야금 경연대회와 우륵 추모제가 봉행된다.
전국 우륵가야금 경연대회는 국악대회로는 드물게 대통령상이 수여돼 대회의 품격이 높다. 국악인들에게 정평이 나 있는 권위 있는 전국 대회이기도 하다.
우륵은 왕산악과 박연 등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추앙받고 있으며, 이에 그가 만든 가야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민족악기로 군림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박물관 중 우륵과 가야금을 전문으로 다루는 곳은 우륵박물관이 유일하다. 하지만 군립으로 운영되는 미약한 재정 탓에 시설은 열악하기 짝이 없으며 국민적 관심도 또한 미흡하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가야금은 알고 있지만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든 것인지 등 그 유래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
학계와 지역민은 현재 군립으로 운영되는 우륵박물관을 최소한 도립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백진선 우륵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우륵과 가야금은 스토리텔링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국립이 되고도 남는다. 최소한 도립으로라도 승격을 시켜야 제대로된 가야 정신문화 가치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 지원방안 고려할 때다
각 단체마다 고장의 위인 또는 유적지를 알리기 위한 현창사업이 활발하다. 각종 연고를 내세워 연고지를 주장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고장의 위상을 높이고 이를 활용한 관광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포은 정몽주를 두고 외가인 영천과 태어난 곳인 포항 오천, 묘가 있는 경기도 용인이 각축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귀포시가 이중섭 미술관을 만든 것은 신의 한수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왔던 이중섭 화백과의 짧은 인연을 놓치지 않고 이중섭 미술관을 선점했다. 이중섭은 피난시절 부산에도 머물렀는 데 부산은 이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 듯하다.
박연을 모신 충북 난계박물관에 대한 지역의 관심과 익산미륵사지유물전시관이 공립에서 국립으로 승격되는 모습도 지켜봤다.
그러나 대가야의 도읍지이자 우륵과 가야금의 고향, 고령에 대한 정부나 경북도 차원의 지원에 대해서는 한번쯤 되짚어 생각해 볼만하다.
다행히 고령군이 우륵과 가야금의 본고장이라는 선점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이젠 정부나 경북도 차원에서 우륵과 가야금의 고장에 대한 지원 방안을 모색할 때로 보여진다.
곽용환 고령군수는 "우륵박물관은 현재 군립박물관이다. 악성 우륵과 가야금의 탄생지라는 위상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우륵박물관은 그에 맞는 위상 정립으로 우리나라 음악과 민족악기의 요람이 돼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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