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포항 등대박물관 직장 내 괴롭힘 맞다"

조사 결론 내고 개선 지도 처분…"재조사·조직문화 진단하라"
상급기관인 항로표지기술원 "일부 상황 왜곡…이의신청"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국립등대박물관 전경. 매일신문 DB

경북 포항 국립등대박물관 내 '갑질과 괴롭힘' 의혹(매일신문 4월 7일 자 10면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인 고용노동부가 최근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다"는 개선 지도 처분을 내렸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이하 포항지청)은 17일 국립등대박물관과 상급기관인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이하 기술원) 임직원 2명에 대해 "지휘명령 관계에서 직원 A씨 등의 상위에 있는 것을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포항지청에 따르면 이들 2명 중 박물관 전 팀장 B씨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근무 중인 A씨에게 때와 장소를 가지리 않고 수시로 업무를 지시했고, A씨가 업무과다를 호소하면 "일은 집에서 하시든지 3일 동안 능력껏 해오라"며 괴롭힌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0월엔 A씨가 행사를 진행하며 물품내역 검수를 실수하자, 내부에서 바로잡을 수 있음에도 이를 상급기관에 보고해 특정감사 후 징계를 받도록 했다.

포항지청은 이에 대해 "B씨가 특정감사를 요구하기 전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관장에게 보고했다면 검수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A씨는 특정감사 과정에서 범죄인 취급을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이밖에 업무상 실수를 직원에게 뒤집어 씌우거나 무리하게 관사 퇴소 요구를 하는 등 상식 밖의 행위들이 박물관에서 벌어졌다는 것을 포항지청은 확인했다.

2019년 말부터 박물관 직원들끼리 녹음이 당연시되는 상황에서 고충을 토로하는 직원에게 기술원 임원 C씨는 "녹음은 시대의 흐름이니 당연하다"며 사태를 방관했고, B씨가 요청한 특정감사를 무리하게 진행해 직원을 징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포항지청은 해당 사업장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재조사 및 직장 내 괴롭힘 여부 판단 실시 ▷조직문화 진단 및 개선방안 마련 등을 지도했다. 행위자에 대해선 직장 내 괴롭힘 특별 예방교육 실시 등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기술원 측은 사업장 지도는 이행하겠지만, 직장 내 괴롭힘 부분은 당사자들이 부당함을 주장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술원 관계자는 "당사자들은 모든 행위가 업무 범위 안에서 이뤄져 포항지청의 판단에 동의를 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상황은 의도와 다르게 왜곡돼 괴롭힘으로 판단됐다는 주장도 있다"며 "포항지청에 이의신청을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