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손순옥 씨 남편 공재수(육군항공대 예비역 중령) 씨

손순옥 씨 남편 공재수 씨 생전모습. 가족제공.
손순옥 씨 남편 공재수 씨 생전모습. 가족제공.

하늘에 비행기만 날아도 나는 그리움에 한이 되어 가슴이 미어지고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50년 전 우리 부부는 윗마을, 아랫마을에 살면서 어렴풋이 아는 사이였다. 외할아버지와 시아버지는 절친한 친구 사이였기 때문이다. 해 질 무렵이면 팔목에 도복을 감아 두른 채 자기 아버지를 모시러 오는 아주 성실하고 효가 넘치는 착한 고등학생이었다. 어느 날 나와 마주치자 너 이름이 뭐니, 나랑 친구 하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그리 친하지는 않았지만, 친구가 됐다. 그 사람은 아주 씩씩하고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었다.

내 나이 23살이 돼 선을 보고 시집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쯤 그 사람이 월남에서 돌아왔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한 나에게 선물을 주면서 만나자고 했다. 이후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자주 만나게 됐고 사랑 고백도 받았다.

다음 해 결혼 이야기기가 오갈 때 우리 어머니는 조종사의 직업이 위험하니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며 반대를 하셨지만, 아버지께서 머리가 좋고 부유한 집안이니 결혼시키자고 하셨다. 그렇게하여 우리는 그해에 결혼해 첫 아이도 낳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남편은 아이를 무척이나 사랑스러워했고 가정에도 충실했다. 그렇게 춘천에서 5년의 근무를 마치고 대구로 전출 오게 됐다. 이곳에서 집도 마련하고 둘째도 태어났다. 82년 중령으로 진급해 양구 비행단 대장으로 발령받은 남편은 일이면 일, 가정이면 가정, 우리 가족은 하루하루 행복한 날을 살아갔다. 당시 대구 외할머니 집에서 크고 있던 5학년인 큰아들은 무척이나 어질고 공부를 잘 해 전교 회장이 됐다. 아들 소식을 들은 남편은 휴가를 내고 대구에 가기로 약속했지만 83년 4월 2일 부사단장님을 모시고 원주로 회의 가던 중 사고가 나고 말았다. 당시 안개가 많이 끼고 새 찬 바람이 매우 심하게 불어 사고가 나고 말았다.

옆에 계신 신부님께서 부대에 사고가 났나 봐 말씀하셨지만 믿을 수 없었으며 제 정신이 아니었다. 곧이어 의무대에서 나와 진정제 주사를 투여하고는 잠이 쏟아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사고로 인해 그의 시체가 깨끗하지 못하니 좋은 모습만 생각하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영결식 날 약 기운으로 마지막 보내는 남편의 모습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한이 돼 가슴을 파고들게 할지는 미처 몰랐다.

손순옥 씨와 남편 공재수 씨, 큰아들 가족사진. 가족제공.
손순옥 씨와 남편 공재수 씨, 큰아들 가족사진. 가족제공.

36살 젊은 나이에 과부가 돼 고향으로 돌아오니 부모님은 남사스럽다고 친정집으로 오지 못하게 하여 남동생 집으로 갔다. 며칠 안정제 주사로 견뎠지만 약 기운이 떨어지고 나니 세상이 다 무너지고 기가 막혀 미쳐 버릴 것 같고 너무 분하고 억울해 잠도 잘 수 없고 먹을 수도 없었다. 넋이 나가서 멍한 나를 어찌하면 좋을지... 뜨거운 눈물이 소낙비 쏟아지듯 그칠 줄 몰랐다. 눈에는 실핏줄이 터져 붉은 선홍빛 핏물이 흘러내리고 물 한 모금도 넘길 수 없으니 그리움은 더해갔다. 갈수록 건강 상태도 나빠져 살아갈 의욕이 없었지만 누구 하나 의지할 곳이 없었다. 밤에 눈을 붙이면 남편을 찾아 산속을 헤매었□고, 낮엔 계단에서 군화 발소리에 깜짝깜짝 놀라 목을 놓고 몸부림을 쳐봤지만 돌아온 건 잃어가는 건강뿐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그 사람이 남기고 간 우리 아들들을 잘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여보, 당신이 남기고 간 우리 큰아들 명문대 법대를 졸업해 지금은 한국전력 법무팀에 일하고 있어요. 작은아들은 명문대 의대를 졸업해 대학병원에 위장관외과 교수로 있어요. 우리 아들들 잘 컸죠? 당신 옆에 가면 나중에 다시 꼭 이야기할게요.

당신이 오늘따라 미치도록 그립네요. 한 번 더 같이 살았으면 나는 모든 정성을 다해 그를 사랑할 것이다. 헛된 생각일지언정 나는 지금도 그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매일신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역 사회의 가족들을 위한 추모관 [그립습니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귀중한 사연을 전하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시거나 연락처로 담당 기자에게 연락주시면 됩니다.

▷추모관 연재물 페이지 : http://naver.me/5Hvc7n3P

▷이메일: tong@imaeil.com

▷사연 신청 주소: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전화: 053-251-1580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