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예술가적 잠재력의 발견

이철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

필자가 작곡가가 되겠다고 선친께 도움을 청했을 때 아버님께서 해 주신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를 문헌을 통해 확인하진 않았으나 매우 의미 있는 말씀이라 생각하여 지금도 되새김질해보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에 이어진 이야기다.

서당이 있는 동네로 이사를 했지만 맹모는 가난해 아들을 서당에 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맹자는 매일 아침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서당 앞까지 가서 친구들이 공부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대문 앞에서 친구들을 기다리며 문턱 너머로 들리는 천자문을 중얼거리고 친구들에게 물어 글자를 배우고 있었다. 하루는 훈장께서 내일은 백일장을 열겠다고 하셨다. 다음 날 아침 친구들이 서당으로 들어간 후 맹자도 따라 들어가서 훈장께 자신도 백일장이라는 것을 해 보겠다고 허락을 청했다.

훈장께서 "너도 글을 아느냐?"라고 물으셨다. 맹자는 글자를 몰라도 꼭 한 번 글짓기를 해 보겠다고 해 훈장이 지필묵을 챙겨주었다. 그날 아침에는 눈이 많이 왔기에 글짓기 제목으로 '눈(雪)'이 제시되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맹자가 훈장께 '없다'라는 글자를 좀 알려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날 백일장의 장원은 맹자가 차지하였다. 맹자의 문장은 '천지현황무'(天地玄黃無: 하늘과 땅에 검고 누른 것이 없구나!)였다고 한다. 훈장께서 맹자를 업고 맹모를 찾아뵙고 본인이 맹자를 지도해 보겠노라고 자청하여 맹자의 첫 선생님이 되었다.

필자의 선친께서는 이 이야기에 이어 "예술가는 많이 배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가진 것으로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재능이 있어야 된다"라고 하셨다.

간호보조원으로 독일로 건너가 외로움과 괴로움을 달래려고 25세에 혼자 시작한 그림으로 '그림의 시인'이라 불리는 화가가 되고, 독일 국립 함부르크 조형미술대학의 교수가 된 노은님 선생이 쓴 책 '내 고향은 예술이다'에는 감동적인 예술가의 에피소드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 그 글 중 한 부분을 소개한다.

한 예술인촌의 카페에는 많은 무명의 예술가들이 "예술이 무엇인가?"에 대해 밤이 늦도록 토론을 하고 있었다. 한 공동묘지 정원사 청년이 "당신들은 무슨 심각한 이야기를 매일 하느냐?"라고 물었다. 그들 중에 한 사람이 "너도 그림을 그려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하여 이 청년은 집으로 돌아가 그림 하나를 그려 다음날 그들에게 보여 주었다. 우연히 영국 화상이 이 친구의 그림을 발견하고 자신의 화랑에 걸어 두었더니 그의 그림들이 팔리기 시작하였고, 이어서 베를린은 물론 국제적으로 그의 그림이 알려져 유명한 화가가 되고 부자가 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그 예술인촌 카페에는 많은 가난한 화가들이 똑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며, 공부도 안 한 화가는 성공하여 영화를 누리고 있다. '과연 예술은 무엇인가?'

자신의 예술적 잠재 능력을 발견하는 것은 삶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복주머니를 발견하는 것과 같다. 맹자의 선생님처럼 타인이 발견해 주거나, 노은님 선생처럼 스스로 발견하거나, 독일의 청년 화가처럼 흘려들을 만한 이야기를 실행해서 유명 인사가 될 수도 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삶에 흥미롭고 가치 있는 잠재력의 복주머니가 선물로 주어지기를 기원하며 마지막 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