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헤어짐을 준비하며

박세향 극단 수작 연극배우
박세향 극단 수작 연극배우

얼마 전 장수 예능프로그램인 '런닝맨'의 출연자 이광수가 건강상의 이유로 11년 만에 하차했다. 거침없는 행동과 다른 출연자들의 놀림감이라는 캐릭터로 웃음을 만들어내던 터라 많은 시청자들이 아쉬워했다. 그렇게 2주 전에 이광수가 참여한 마지막 방송이 방영되었는데, 방송 한 회차가 이광수 특집으로 꾸며질 만큼 성대한 이별이었다.

나도 방송을 챙겨보았는데, 일부러 슬픈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 않아 농담을 던지는 다른 출연자들 말 속에 아쉬움이 많이 묻어나왔다. 1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매주 만나던 사람을 갑자기 못 만나게 된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 듯 하차를 취소하라고 말하는 출연자도 있었다. 마지막 편지를 읽으며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는 출연자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공감의 눈물이 새어나왔다.

우리가 공연을 할 때도 늘 이별을 경험한다. 혼자서도 작업을 할 수 있는 다른 예술 분야와 다르게 연극이나 뮤지컬은 하나의 공연을 만들 때 배우뿐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스텝 등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게다가 공연에 따라 참여하는 사람들이 매번 다르기 때문에 작품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작품이 끝나면 헤어지는 일을 반복한다. 매번 겪는 이별이지만 몇 달간 매일 보던 사람들과 당장 내일부터 만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항상 아쉽다. 그래서 따로 시간을 내서 만나거나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만나는 자리를 만드는 사람도 있지만, 하나의 목표를 위해 같이 달리던 시간을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다.

며칠 전 '페이스북'에서 5년 전 오늘을 발견한다. 내가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했던 '역전에 산다'라는 작품의 공연 날이었다. 그때 참여했던 몇몇의 사람들이 각자의 기억을 추억하며 게시물을 올렸다. 사진을 보자마자 그날 무대 위에서 느꼈던 감정들과 공연을 준비하면서 겪었던 많은 일들이 떠올랐다. 특히 그 당시에는 뮤지컬이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같이 출연했던 사람들과 개그코드가 잘 맞아서 즐겁게 작업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그때 같이 작업했던 사람들 대부분과 가깝게 지낸다. 아마 게시물을 올린 몇몇의 사람들도 그때의 즐거웠던 기억이 떠올랐던 것은 아닐까 짐작해 본다.

이 글을 쓰면서 '앞으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얼마만큼의 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인생의 마지막 헤어짐으로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었다. 언젠가 나의 마지막 헤어짐이 온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의 헤어짐에 아쉬워하고 지난날들을 떠올려 줄까. 아니면 나와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사람조차 없는 후회 가득한 마지막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후회로 남는 헤어짐이 되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를 더욱 더 진심으로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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