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서울 부자들을 위한 부동산 감세 정책에 반대한다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

사람들 상당수는 세금 납부에 거부감이 있다. 어떻게든 세금을 줄이기 위해 영수증을 알뜰히 챙기는가 하면, 허위 기부금이나 쓰이지도 않은 곳에 사용했다고 꾸미기도 한다.

어찌 됐든, 세금은 정부 정책의 효과를 높이는 아주 유용한 도구이자 수단이며, 국가를 유지하고 국민 생활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세금은 부동산 정책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지난 50여 년간 정부는, 미분양이 많고 경기가 어려워지면 다주택자일지라도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하거나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정책을 펼치다가, 경기가 반등하고 과열 조짐을 보이면 다시 고율의 세금으로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시행해 오고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조세 강화를 통한 가격 안정화다. 시세의 70% 정도인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10년 이내 90%로 현실화하겠다는 방안을 지난 연말 발표했다. 2021년에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전년도 대비 공시가격이 19%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 5년간 평균 상승률의 4배에 이른다.

공시가격 상승은 부동산 보유세뿐만 아니라 상속세, 증여세, 건강보험, 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 등 무려 61개 항목의 과세기준이 되기에, 이 모든 세금의 동반 상승이 예고된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여당은 부동산 특위를 만들어 정책개선을 발표했지만, 의견이 분분하다. 논란의 중심은 '종부세 대상자를 축소하는 것'과 '양도소득세 1가구1주택자의 비과세 기준금액을 9억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해 일부 부동산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정책이다.

2021년 공시가격 기준 6억원 이하 대구 공동주택은 전체의 96.2%에 달한다. 경북의 6억원 초과 주택은 8가구뿐이다. 반면 서울시의 6억원 초과 주택은 41만가구로 30%다. 전국의 6억원 초과주택 수는 52만가구로 서울이 차지하는 비율이 79%나 된다. 누구를 위한 종부세 완화와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금액 상향인가?

공시가격 9억원 초과 대상주택은 전국 3.7% 서울 16%, 대구 1.4% 이다. 대구의 9억원 초과 주택은 서울의 2.2% 수준으로, 서울과 비교하면 자산 가치가 현저히 낮다.

현재 부동산 양도소득세는 1가구 1주택 기준 9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부과하고 있지만, 9억원 초과의 고가주택일지라도 실거주와 장기거주를 장려해 최대 80%까지 공제해주고 있다. 종부세는 1주택자에 한해 연령별 40%와 보유기간별 50%를 적용해 종합한도 최대 80% 세율을 공제해주고 있다.

대구에 5억원 집 2채(10억원)를 가진 자, 경북에 2억원 주택 3채(6억원)를 가진 자는 다주택자로 낙인찍어 양도소득세와 종부세 중과를 부담하게하고, 서울에 30억 원의 주택 1채를 가진 자는 1주택자라는 이유로 세금을 중과하지 않아도 된다면, 이것이 조세의 형평성인가.

우리 지역 대구경북에서 보면 서울 집값은 먼 이웃 나라의 얘기다. 집값이 그만큼 올랐으면 세금 좀 내야 하지 않을까. 정책을 제대로 따르기만 하면 최대 80%를 공제해주는 제도를 활용해 감면받거나, 그렇지 않다면 세금을 부과하는 게 정책이다.

2009년에 비해 9억원 초과 주택 비율이 0.6%에서 3.7%까지 증가해 대상자가 6배 이상 늘어나게 되자, 부자 증세의 반발을 우려한 여당은 공시지가 상위 2%에 해당하는 인원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정책안을 제시했지만,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장의 경제 논리를 따라야 한다.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주택 소유 가구의 28%를 보유한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중과로 팔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는데, 보유하자니 종부세 폭탄이다. 다주택자가 팔고 나갈 수 있는 출구전략(대출완화 및 중과세율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지 세금납부 대상자를 줄여 주는 부자 감세 정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부동산 정책이 상황에 따라 너무 자주 바뀐다. 공시가격 19%를 인상하고선 많이 올랐으니 재산세를 일부 낮춰준다는 정책, 종부세를 인상하고는 납부 대상자를 줄여준다는 정책, 서울 집값 많이 올랐다며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완화하는 정책…. 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부동산 정책인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