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마다 한 번씩 펼쳐지는 대선 오페라의 막이 서서히 오르며 배우들이 무대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여느 무대처럼 조연과 주연이 섞여 군무를 추다가 주연 배우들이 남아 역량을 발휘하여 대결을 펼치며 오페라는 절정을 이룰 것이다.
대선 오페라의 스토리 전개는 대개 뻔하다. 우선 여론조사의 선두 주자들을 따라잡기 위한 여타 주자들의 견제가 갈등으로 나타나는데, 주로 경선 일정 연기나 경선 세부 규칙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 이 과정에서 과거 자신들이 주장했던 바와 정반대의 주장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마구 하곤 하는데, 그 이유는 대선 과정에 재수나 삼수를 하면서 추격자에서 선두 주자로 역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욕하면서 빠져드는 막장 드라마처럼 뻔한 스토리에도 보는 사람들의 관심은 높다.
당내 경쟁과 함께 주연급 후보들에 대한 더욱 복잡한 갈등 라인이 거의 동시에 전개되는데, 이는 주로 상대 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와 흠집 내기, 유언비어 난무 등 소위 공작 정치의 형태로 나타난다. 공작 정치, 소위 네거티브 전략에 주연급 후보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갈등의 폭이 커지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면서 주연급에서 탈락하여 무대에서 사라지기도 하고 사실상 유일한 주연으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하기도 한다. 수많은 백댄서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주연 배우를 최종 승자로 만들기 위해 온갖 과장된 몸짓과 괴성을 지르기도 하면서 자신을 드러내려고 애쓴다. 겉으로 내건 명분은 지지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것이라지만 진실은 정권을 잡으면 한자리 하려는 속셈이 훨씬 더 크다.
이 오페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결국 최종적으로 남을 주연을 선택하는 관중이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주연급 후보의 대응에 따라 환호와 탄식을 토해 내기를 반복한다. 결과는 주로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았던 중도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중간 자리에 앉은 관중들을 얼마나 설득하느냐에 따라 흥행의 최종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국가 경영의 비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한 분석과 검토는 실종되기 마련이다. 무대에 올랐던 배우들은 유권자의 관심을 끌고 표를 얻는 데 유리한 주장을 분별없이 내세우는 게 보통인데, 이 주장들을 당선 후 바로 정책 의제화하여 추진하면 국가적으로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실천하려 하니 당시 문재인 대표의 민주당이 결사반대하여 4대강 사업으로 변형하여 추진한 것이나, 문재인 정부가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탈원전 정책을 강행하다가 에너지 분야에 막대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불행하게도 5년 주기의 대선 오페라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초석을 놓는 것보다 당선에 눈이 먼 단견의 정치인만 득세하게 만드는 한계가 있다.
이제 현실로 돌아와 보자. 이번 오페라 무대의 주역은 아직 분명해지지 않았지만 여당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정세균 전 총리에 추미애 전 법무, 박용진, 이광재, 최문순 등이 가세하고 있고, 야당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 대권 재수에 들어선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 등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여권의 경선 연기 논란과 윤석열 X파일 등은 우리의 스토리라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이번 대선 무대가 과거와 다른 것은 야권의 주요 후보를 청와대와 여당이 만들었다는 점이다. 두 사람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고위직에 임용되었다가 정권 감시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직책을 충실히 수행하다가 여권에 미운 털이 박혔다. 자신들이 그토록 가장 적임자고 최고의 인사라며 추켜세운 사람들이 정작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여 수사하고 감사를 해 오니 배은망덕이라고 비난하면서 자리에서 쫓아내려 강하게 압박했고, 그것이 오히려 두 사람을 정치적 거물로 만든 것이다.
여느 무대와 달리 여권이 만든 야권 후보들이 자신을 임명했고 이제는 배신자라며 비난하고 있는 여권 후보들과 대선 오페라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 흥미진진하다. 다만 유권자인 국민은 관중으로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바른 선택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선택에는 책임도 따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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