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칠성동 피란민촌' 주택개발 대상조차 안돼…양성화 해법 없나

"오랜 기간 방치된 건축물, 생활 환경 조성이 우선"
지주들 흩어져 주거환경개선 난항…"지역 근현대 상징물로 조명" 의견도

23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시장에 위치한 피란민촌에서 한 주민이 골목에 위치한 마을 공용화장실로 들어가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3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시장에 위치한 피란민촌에서 한 주민이 골목에 위치한 마을 공용화장실로 들어가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시내 다른 피란민촌들은 하나 둘 재개발사업을 거치며 주거환경이 개선되고 있지만 칠성동 피란민촌은 대상지 선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오랜 기간 불법 건축물에서 음성적으로 살아왔고, 지주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어 의견수렴이 어려운 탓이다.

23일 북구청에 따르면 '피란민 수용소'로 불리는 건물의 소유주들은 모두 24명으로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다. 사유지에 거주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소유주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데, 의견 수렴이 어렵다는 것이 개발사업의 가장 큰 난관이다.

전쟁 당시 대구 종로에 형성됐던 피란민 수용소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고, 복현동 피란민촌은 주거환경개선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개발사업 대상지로 선정되기 어렵다면 이곳의 역사성을 부각해 문화재로 보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오랜 세월 우여곡절을 겪었던 곳인 만큼 역사적 상징물로서 조명하자는 것이다.

서정인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일제강점기 당시 누에 창고, 6·25 전쟁 때는 피란민들의 거처를 거쳐 현재는 홀몸노인과 취약계층이 실제 거주하는 곳으로 지역사회의 역사와 아픔이 서려있다. 이런 곳을 주거환경개선의 주택사업으로 사라지는 것은 굉장히 아쉬운 일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대문화자산이 없어서 고민인 대구에 하나의 근·현대 문화재가 될 수 있는 곳이다. 시대가 다른 역사들을 어떻게 절묘히 조화시켜 문화재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칠성동 수용소는 무허가 건축물이어서 공공복지 혜택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에 대해 건축법이 마련되기 훨씬 전부터 조성된 곳인데, 이곳을 현행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조득환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축법이 마련되기 전부터 조성된 곳을 현행법에 어긋난 무허가 건축물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최저주거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거주자들이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 대책 마련을 검토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단열과 배수시설 등을 만들어 최소한의 거주환경을 확보해야 하고, 행정복지센터가 적극적으로 나서 소유주들을 찾아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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