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대통령, 5.18만큼 6.25도 챙겨야

이배현 시니어매일 기자

제71주년 6.25전쟁일이다. 6.25는 원수들이 대한민국 강토를 짓밟고 자유를 유린한 날이다. 전쟁으로 200만 명의 동포와 15만 명 이상의 우방국 청년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었다. 얼마나 원통하고 처참했으면 '의분에 떤 날'이라고 노래하겠는가.

그런데도 70년이 넘은 지금까지 북한은 한번도 6.25남침에 대해 사과를 한 적이 없다. 반성은커녕 6.25는 북침이고 북에 남겨진 전쟁포로는 없다고 잡아떼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을 무슨 상거래 수단처럼 여기며 대가를 요구하고 체제선전에 이용해 왔다.

그런데 더 기가 차고 원통한 일은 따로 있다. 언제부턴가 이 땅에서 6.25 전쟁에 대해 의분을 토로하는 것이 금기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참전용사들은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주위의 눈치를 봐야 할 형편이고, 고통에 시달리다 자유의 품에 안긴 탈북민은 귀찮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원수를 원수라고 얘기하면 수구꼴통으로 낙인 찍히는 세상이다.

사필귀정인가, 해이해진 안보관이 화를 불러오고 있다. 몇 해 전에는 옥류관 주방장으로부터 조롱을 받았고, 우리 국민의 혈세로 지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것도 보고만 있어야 했다. 조난으로 위급에 처한 동포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불에 태워지고 수장을 당하는 참사에 북한군 책임자 처벌은 고사하고 사과도 제대로 받아내지 못했다.

어떤 도발이 이어질지 불안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평화와 협상은 결과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똑똑히 봐 왔다. 현 정권은 북한 앞에서는 왜 그렇게 약해지는가. 왜 그렇게 비굴한가.

지난해 5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5.18 40주년 기념식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영부인과 함께 끝까지 완창했다. 그 결연한 의지를 이번 6.25전쟁일 기념식에서도 보여 주기를 바란다. 작년 6.25전쟁일 기념식에서 자신 없이 부른 6.25의 노래가 아닌 5.18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때와 같이 당당하고 씩씩하게 6.25의 노래를 불러 주기를 바란다.

다행인 것은 최근에 문 대통령의 6.25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 같다는 사실이다. 지난 21일 방미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랠프 퍼켓 주니어(94) 퇴역 대령에게 미군 최고의 영예인 명예훈장을 수여했다.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영웅 옆에서 무릎을 꿇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무릎을 꿇고 기념촬영을 한 것이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우리의 대통령인가. 문 대통령 만세였다.

정부당국에 간곡히 촉구한다. 이번 6.25전쟁일 기념식에 지난해처럼 대통령께서 꼭 참석하도록 배려해주길 바란다. 대통령과 여야 정치 지도자, 호국용사들이 함께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며 '6.25의 노래'를 불러 주기를 간청한다. 제71주년 6.25전쟁일을 우리의 안보태세를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5.18도 중요하고 세월호도 소중하다. 그러나 무엇이 더 중한지를 국민이 알아야 한다. 그것이 위정자가 할 일이다. 국가가 제정한 6.25의 노래 후렴구에 북한은 우리의 원수라는 사실이 분명히 적시되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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