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득 동네책방] <26>봉산동 공공책방

"주말 딱 3일만 책방 문 엽니다"…디자인스튜디오 병행 복합공간
봉산동 문화거리 건물 2층…에세이나 생업 연관된 책 비치

대구 중구 봉산동에 있는 공공책방 내부. 김태진 기자
대구 중구 봉산동에 있는 공공책방 내부. 김태진 기자

주말 이틀 혹은 금토일 사흘만 문을 여는 책방이 간혹 있다. 책방지기가 평일에 본업에 전념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얼추 맞다. 반대로 말하면 휴무도 반납한 채 책방을 운영하는 것이다.

대구 중구 봉산동 문화거리에도 주말 3일만 운영하는 책방이 있다. 입간판도 작아 스쳐 지나가기 딱이다. 문화거리엔 책방마니아들의 애정어린 시선을 받던 몇몇 동네책방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문을 닫았다.

대구 중구 봉산동에 있는 공공책방 내부. 김태진 기자
대구 중구 봉산동에 있는 공공책방 내부. 김태진 기자

그런 곳에서 2층에 있는, 디자인 분야 책을 주로 파는, 동네책방이라면 알고서 찾아가지 않는 이상 들르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책방지기 이현순 씨도 이런 예상을 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공공책방은 책방 겸 디자인스튜디오로 운영중인 복합공간인데 제가 좋아하는 책을 다른 분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 시작하게 됐습니다."

생업과 연관된 책을 많이 비치해뒀다. 시각디자인의 교과서라는 '디자인의 디자인', '디자인과 도덕', '디자이너의 생각법'은 물론 홍콩에서 발간된다는 'Brand'라는 잡지를 접하면 누구라도 이곳이 '디자이너의 책방'임을 간파하게 된다. 근래의 대세라는 에세이집도 적잖다. 아무튼 시리즈와 안리타 작가의 책들이 똬리틀고 있다.

책방지기 개인의 취향을 숨기기도 어려운데, 만화책을 많이 보던 아이가 자라면 책방 주인이 된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정세랑의 '보건교사 안은영', 처처칭한의 '잠중록'에서 OTT(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편향성은 고스란히 전해진다. 독립출판으로 나온 서적이지만 디자인과 관련해 의미있는 책도 상당수다. '디생디사'라 갖다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이다.

대구 중구 봉산동에 있는 공공책방 내부. 김태진 기자
대구 중구 봉산동에 있는 공공책방 내부. 김태진 기자

이곳이 처음으로 문을 연 건 2018년이었다. 복합공간을 지향하는 디자인스튜디오로 문을 열었다. 가치를 공유하는 공간, 즉 '함께 즐겁자'는 의미로 연 파티장 같은 곳, 다만 술 대신 책과 디자인이 매개물로 끼어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디자인, 책, 문자, 1인 출판, 북바인딩이 자연스러웠다. 의도했다기보다 흐름처럼 당연했던 그의 콘셉트에 고객들도 반응한다. 대형서점의 가성비에 맞서 동네책방의 감성을 누리려는 이들이다.

책방지기 이 씨는 7월 1일부터 20일까지 제주도에 머물 것이라 했다. 제주에 흩뿌려져 있는, 제각기 개성으로 별처럼 빛나는 동네책방들을 찾아보러 간다는 계획이다.

"코로나가 언제까지나 지속되진 않을 거잖아요. 함께 나눌 수 있는 것들을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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