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공연을 보고 난 뒤 박수로만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연주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때가 있다. 주체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소리라도 지르며 표현하고 싶은데, '브라보'밖에 생각나는 게 없다. 주위 관람자는 '브라바', '브라비'라고 외치는데, 괜히 잘난 척하다 무식이 탄로날까봐 망설여진다.
환호성을 지르고 싶다면 먼저 무대 위에 있는 연주자가 여성인지, 남성인지 봐야 한다. 그리고 여성들만 있는지, 남녀 혼성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연주자의 성별, 혼성 여부에 따라 환호성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무대 위의 연주자가 남자일 경우에는 '브라보'(Bravo)라고 소리 지르며 박수치면 된다. 여자의 경우 혼자일 때는 '브라바'(Brava), 여러 명이면 브라바의 복수형인 '브라베'(brave)라고 소리치면 된다. 남녀 혼성일 경우 박수치며 '브라비'(Bravi)라고 외치면 된다.
'브라보'는 이탈리아말로 '좋다', '잘한다', '신난다'는 뜻으로 외치는 소리다. 열정을 쏟아낸 연주자, 성악가, 연기자에게 보내는 최고의 찬사이자 경어다. '브라바'는 브라보의 여성형이고, '브라비'는 브라보의 복수형이다. 이탈리아어에서 '마리오'처럼 남성명사는 대부분 '오'로 끝나고, 여성 명사는 '마리아'처럼 '아'로 끝난다.
그러나 오케스트라 공연에서는 남녀가 섞여 있어도 '브라비'라 하지 않고 '브라보'라고 할 때가 많다. 관습 탓으로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은 오케스트라 단원이 될 수 없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였던 카라얀은 여성 클라리넷 연주자를 단원으로 데려오면서 기존 단원들과 크게 싸웠고,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1997년이 돼서야 여성 단원을 받아들였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 이상 혼신의 힘을 다한 연주자에게 환호성을 지르며 찬사를 보내는 건 아무리 지나쳐도 괜찮다. 제대로 감동받았다면 제일 먼저 박수치며 '브라보'라고 크게 외쳐보자. 공연자에게 박수 치면서 '브라보', '브라바', '브라비', '브라베'를 구별해서 외치면 당신의 품격과 함께 클래식에 대해 좀 아는 이로 어깨가 으쓱해지면서 그날 최고의 멋쟁이 관객이 될지도 모른다.
아무렴 '브라보'면 어떻고, '브라바'면 어떠랴. 뭉뚱그려 '브라보'라고 외치더라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그리고 공연이 진짜 마음에 들었을 때는 기립박수를 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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