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1시쯤 대구국제공항 2층. 국제선 출발 전광판(FIDS)에는 단 한 편의 비행도 예정된 게 없었다. 대구공항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해외여행이 가능하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국제선 분위기는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 완료에 따른 혜택인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제도로 하늘길이 열렸지만,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일 정부는 괌, 싱가포르 등 방역이 우수한 나라들과 협의해 이르면 7월부터 단체 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버블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2차 백신까지 접종했다는 예방접종 증명서와 출국 기준 72시간 전 PCR(유전자 증폭) 음성 확인서를 지참하면 상대국 입국 시 자가격리 없는 해외여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1년 반 만에 열린 하늘길에 대한 반응은 미온적이다. 아동의 경우 애당초 백신 접종대상자가 아닌 탓에 해외여행을 위한 예방접종 증명서를 구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도 여행을 위해 공항을 찾은 임모(39) 씨는 "해외여행이 가능하더라도 아이가 2살이라 백신 접종 대상자가 아니다. 아동이 있는 경우 사실상 해외가족여행은 불가능한 셈이다. 감염병이 종식되지 않는 한 지금처럼 제주도로 여행가는 게 최선이다"고 했다.
방역이 이뤄진 숙박시설과 음식점 등 정해진 동선만 가능하다는 점도 여행객의 발목을 잡는다. 이모(29) 씨는 "여행은 자유로움이 있어야 하는데, 여행사가 짜놓은 동선 안에서만 움직이면 즉흥적으로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없다. 통제를 받는 듯한 여행이라면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
높은 접종률에도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례가 늘면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해외를 방문했다 델타(인도) 변이 바이러스 등에 감염돼 국내에 확산시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여행업계는 여전히 전망이 어둡다고 입을 모았다. 여행사비상대책협의회 관계자는 "트래블버블로 사람들의 여행심리가 부풀어 있지만, 행정적인 절차나 여행사 동선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등 세부내용을 안내하면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 관계자는 "제한된 여행으로 불편함을 느끼면서까지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상대국과 협의하더라도 갑작스러운 확산세에 출입국 문이 닫힐 수 있다"면서 "제대로 된 해외여행은 모든 게 종식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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