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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투기 논란 靑 반부패비서관 경질…끝없는 정권의 부동산 위선

거액을 대출받아 상가를 구입하고, 땅 투기를 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의를 곧바로 수용했다. 사실상의 경질이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전셋값 논란으로 부동산 홍역을 앓은 청와대가 석 달 만에 논란이 재연되자 즉각 인사 조치를 한 것이다.

부동산 투기를 포함해 공직자들의 부패를 막기 위해 문 정부가 신설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정권의 또 다른 인사 실패다. 김 전 비서관은 53억 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아 상가 2곳을 샀다. 또한 임야는 지구 개발로 신축되고 있는 아파트·빌라 단지와 인접해 부동산 투기 의혹마저 제기됐다. 이런 사람을 반부패비서관에 임명한 것은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났다고 봐야 한다.

부동산 문제로 논란을 빚기는 문 정권이 역대 정권을 압도한다. 청와대 대변인은 은행 대출로 재개발 예정지 상가 주택을 매입해 논란 끝에 사퇴했다. 민정수석은 집을 처분하라는 지시에도 끝까지 버티다 자리에서 물러났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 장·차관, 여당 의원 상당수가 다주택자였다. 앞으로는 "부동산으로 돈을 벌지 못하게 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뒤로는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게 문 정권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다.

더 가관인 것은 김 전 비서관 사태에 대한 청와대의 말도 안 되는 해명이다. 청와대는 "김 전 비서관이 상가를 처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직의 부동산 위선이 또다시 드러났는데도 청와대는 사과는커녕 국민을 바보로 취급하며 얼토당토않은 말만 늘어놓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4주년 특별 연설에서 "공직자와 공공기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국민들 마음에 큰 상처를 준 것을 교훈 삼아 불법 투기의 근원을 차단하기 위한 근본적 제도 개혁을 완결 짓겠다"고 했다. 공허함을 넘어 국민을 우롱하는 말로 들릴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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