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새로운 도전

박세향 극단 수작 연극배우
박세향 극단 수작 연극배우

한 해가 절반 정도 지나간 지금, 지난 6개월을 되돌아보면 감사하게도 굉장히 바쁜 나날을 보냈다. 올해 초, 생각지도 못하게 등단을 한 덕분에 생에 처음으로 개인 인터뷰를 해서 월간지에 실리기도 하고, 내 작품이 서울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또, 처음으로 연극제에 배우로 출연해서 주인공으로 무대에 서는 일도 있었다. 내가 주체가 되어서 무언가를 진행하는 것이 처음이라 행복한 마음으로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니 벌써 반년이 지났다.

얼마 전, 같이 공연을 했던 한 후배가 질문을 했다. 배우가 하고 싶어서 연극을 시작했는데, 다른 일을 많이 하다 보니 배우로 인식되지 않을까봐 걱정된다는 고민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내가 연극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가 떠올랐다.

처음에 극단에 들어가면 공연 오퍼레이터(공연 때 음향, 조명 등의 기계를 조작하는 스태프)나 행사 진행 일부터 하게 되는데, 그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 최선을 다해서 일을 했다. 그렇게 몇 달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이렇게 스태프 일만 하다가 연기는 아예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진행하던 일까지만 참여하는 것으로 정리하고 한동안 배우로서의 활동만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과정에서 극단을 그만두는 일까지 생기고, 연달아 몇 개의 공연을 해도 실력이 계속 제자리인 것 같아서 불안한 마음에 '연극을 그만둬야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게 얼마 후, 다시 '스태프' 일을 찾아다니며 하기 시작했다. 연극을 그만두고 완전히 다른 일을 하기에는 공연장에서 느끼는 그 설렘과 긴장감이 좋았기 때문에, 배우로서 소질이 없다면 내가 잘하는 다른 분야를 찾아서 계속 공연 관련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진행 스태프뿐만이 아니라 무대 제작 크루, 조연출, 무대감독, 극작 등 공연과 관련된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도전했다.

그런데 그 경험들이 오히려 연기에 도움이 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경험들이 다양한 시선에서 역할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었다. 후배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뭐든 해보는 게 도움이 되더라. 일단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해봐." 이야기를 듣고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그 친구에게 "출연할 곳을 정 못 찾겠으면 연락하라"는 오지랖도 부렸다.

누군가는 내게 한 가지를 정해서 진득하게 하라고 말한다. 30대면 적은 나이가 아니라고, 그렇게 정신없이 살다가 금방 40대가 된다는 악담(?)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난 아직까지 안 해본 일이 너무 많고, 여전히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양한 일에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최근의 한 인터뷰에서 '연극을 하는 이유'의 답으로 했던 말로 마지막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싫증이 나면 그만 두려고 했는데, 아직 싫증이 안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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