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리스펙트 패치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지인이 대구 한 초등학교 소식지에 실을 글을 부탁받았는데, 대한축구협회의 '리스펙트 캠페인'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를 읽으면서 최근 대통령 선거 후보 선정 과정에서 벌어지는 아사리판이 떠올랐다. 정치판에서 스포츠맨십이나 페어플레이를 강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겉으로 공정한 경쟁을 외치지만 뒤로는 공작 정치로 상대를 궁지에 빠뜨린다. 싸움에서 이길 때까지는 우군도 적군도 없다.

지인이 쓴 글의 주제는 '축구장에 가면 축구만 있는 게 아니다'이다. 선수들이 펼치는 훌륭한 경기력뿐만 아니라 존중과 페어플레이 등 선수들의 스포츠맨십을 보고 배울 수 있으며 경기 결과보다 스포츠맨십이 더 큰 감동을 줄 때도 있다는 내용이다.

지난 2006년 4월 17일 영국 토트넘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인 맨유의 박지성과 토트넘의 이영표가 맞대결했다. 전반 36분 이영표의 실책으로 공을 가로챈 박지성의 어시스트로 맨유 웨인 루니가 골을 터뜨렸다.

맨유가 이긴 이날 경기는 승패를 떠나 외신 사진 한 장으로 더 주목받는다. 박지성이 이영표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인 채 손을 내밀었고, 이영표는 다른 곳을 보면서 괜찮다는 듯 등 뒤로 손을 내밀어 두 선수가 손을 잡는 모습이다. 서로 상대로 만나 최선을 다했고 경기 후 배려와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대한축구협회는 2014년 '리스펙트 캠페인'을 시행하면서 이 사진을 포스터로 사용했고, 이영표는 이 캠페인의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이영표는 현재 강원FC의 대표이사로, 박지성은 전북 현대의 어드바이저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도 국내 축구 경기에 나서는 심판의 복장 왼쪽에는 패치 2개가 달려 있다. 국제축구연맹의 페어플레이, 대한축구협회의 리스펙트 패치다. 이것은 선수들의 페어플레이와 함께 심판, 지도자, 관람객이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리스펙트 캠페인은 치열한 몸싸움이 있는 스포츠 경기에서만 요구되는 건 아니다. 가정과 학교 등 사회 모든 곳에서 필요하다. 대통령 후보를 뽑는 정치판에서도 리스펙트 문화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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