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최재형 감사원장 사퇴로 내몬 문 정권, 비난할 자격 있나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러자 여권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종합하면 감사원장직을 발판으로 대선에 나서는 것은 정치적 중립 훼손이며 감사원장 재직 때 특정한 정치적 목적하에 감사를 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광재 의원은 최 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싸잡아 "임명권자의 등에 칼을 꽂는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했다.

물론 감사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 사퇴해 정치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여권의 주장대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허물고 감사원장이라는 직책을 정계 진출을 위한 편리한 징검다리로 이용한다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최 원장이 사퇴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되짚어 보면 여당이 최 원장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17년 최 원장 국회 인사청문회 때 여당은 최 원장을 '미담 제조기'라며 극찬했다. 문 대통령도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감사원장으로 아주 적격인 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2019년 월성원전 1호기 조기 가동 중단에 대한 감사를 계기로 문 정권은 180도 달라졌다. 경제성을 조작했다는 감사 결과에 대해 당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난센스"라고 했고, 여당 의원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맞지 않으면 감사원장을 사퇴하라"고 윽박질렀다. 또 감사원이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고 비난했다.

최 원장으로서는 이런 부도덕한 정권의 감사원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힘든 것을 넘어 수치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집단에 더 이상 나라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문 정권이 최 원장을 사퇴로 내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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