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숙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가 28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있은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중국 음식, 그 안에 담긴 의미'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한 게 아니었다고 했다. 중어중문과 출신임에도 요리를 해보라는 교수의 권고로 시작한 게 요리사의 길이었다. 1987년부터 8년간 누룽지탕, 탕수육, 깐풍기를 튀기느라 청춘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우리는 중국집에서 세트 메뉴만 시켰는데 조금만 더 알면 어울리는 음식을 맛있게 즐길 수 있게 된다며 메뉴판 읽는 법을 강의의 주요 내용으로 삼았다. 그러다 보니 중국어 한자 분석 시간도 겸하게 됐다.
그는 중국요리 이름의 구성 요소부터 설명했다. 중국요리는 ▷사용 양념 ▷조리 방법 ▷재료 ▷좋은 뜻 ▷숫자 ▷감각 ▷색깔 ▷지역 이름 ▷사람 이름 ▷썬 모양에 따라 요리의 생김새와 특징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토마토에 설탕을 뿌린 요리는 '화엄사에 눈내리다'는 이름이 붙고, 그 유명한 북경오리 '베이징덕'은 지역 이름에서 왔다는 것이다. 고기나 면을 어떻게 썰었느냐에 따라 붙는 한자도 달라졌는데 덩어리, 주사위, 얇게 썰기, 길고 두껍게 썰기, 버드나무 굵기로 썰기, 채썰기, 진흙처럼 갈기 등 7가지로 나뉘었다.

우선 이름에서 조리 방법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이 짜장면과 간짜장, 그리고 볶음밥이었다. 짜장면의 중국식 이름인 炸醬麵(자장면)이나 볶음밥의 중국식 이름 炒飯(차오판)의 한자에 불 화(火) 변이 붙은 것은 볶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炒飯의 경우 밥알이 튀어서 소리가 날 정도로 볶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간짜장의 간은 干에서 온 것으로 국물이 없다는 의미라고 했다.
사람 이름이 붙은 대표적인 요리는 '동파육'으로 스토리텔링 소재로도 널리 쓰인 요리라고 했다. 항저우 태수로 선정을 펼친 소동파에 감읍한 백성들이 가져다 준 돼지고기로 만들었다는 東坡肉(동포로우)만큼이나 중국요리와 스토리텔링은 불가분의 관계인데 멱라수에서 생을 마감한 굴원 선생의 시신에 손대지 말아 달라고 백성들이 물고기들에게 바쳤다는 粽子(쫑즈)도 그중 하나였다.
번외로 그는 자신이 지상파 TV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들려줬다. 그가 갱년기를 이겨내려고 산 스쿠터가 인생을 바꿔 놨다는 얘기였다. 57세에 타기 시작한 오토바이로 '세계테마기행 중국 편'에 등장했고, 지난해 코로나 시국에 접어들면서 국내 여행을 하는 '맛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속편 성격으로 촬영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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