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섬유 CEO] 안홍태 코레쉬텍 대표 "환경오염 없는 PLA 섬유 자체 개발 생산"

茶 티백용 필터에 PLA 첫 적용…친환경 현수막·침구류 사업 확대
'생분해 섬유협의회' 발족 준비…"대구에 탄소중립 산업 생태계 구축할 것"
"지역 섬유산업 되살아나려면 소재에 대한 주도권 가져야"

안홍태 코레쉬텍 대표가 자사의 생분해성 섬유로 만든 현수막을 설명하고 있다. 신중언 기자
안홍태 코레쉬텍 대표가 자사의 생분해성 섬유로 만든 현수막을 설명하고 있다. 신중언 기자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을 골자로 하는 '탄소중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는 요즘, 대다수의 기업들은 높은 수준의 윤리·환경적 과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러나 미리 친환경 사업으로의 전환을 준비한 기업에 지금의 변화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한다.

대구 달성군의 코레쉬텍은 생분해성 섬유 분야에서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리딩 기업이다. 지난해 대구시 '스타기업'으로 선정된 이 회사는 생분해성 폴리유산(Polylactic acid, PLA) 섬유를 자체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10년 이상 생분해성 섬유 연구에 매달려 왔다는 안홍태 코레쉬텍 대표를 만났다.

-코레쉬텍의 주력인 PLA 섬유는 무엇인가?

▶PLA는 옥수수나 감자, 사탕수수에서 나오는 식물성 추출물을 발효를 시켜 만든 유산(lactic acid)을 고분자 합성한 것이다. 자연분해되는 데 최소 수백년이 걸리는 플라스틱과 달리, 땅에 묻으면 저절로 썩어서 사라진다. 기술이 세계에 나온 지는 30년이 지났지만, 코로나19 이후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진 요즘 더 큰 주목을 받는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만든 PLA 섬유는 6개월 이내 90% 이상 자연 분해되는 등 우수한 생분해성을 자랑한다.

-PLA 섬유는 어떤 분야에서 활용되나?

▶우리의 대표적인 사업 분야는 차(茶), 티백용 필터다. PLA 섬유를 최초로 적용해 만든 제품이기도 하다. 잠깐 사용되고 버려지는 티백을 보며 '조금 더 친환경적으로 바꿀 순 없을까'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최근에는 친환경 현수막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기존 현수막은 폴리에스테르(PET) 소재로 만들어져 소각할 경우 각종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PLA 현수막은 소각 시 환경오염 걱정도 없고 땅에 묻어도 무방해 친환경적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제품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이다. 생분해성 섬유는 아직 일반 섬유소재에 비해 높은 생산비용과 생산기술의 한계가 존재하지만, 머지않아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공동으로 진행한 공기청정기 필터 소재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또 KT&G와 궐련형 담배 필터를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식물성 소재로 만든 PLA 섬유는 항균력이 우수하고 인체 친화적이다. 이 점을 살려 마스크, 침구류, 타올 등 생활용품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일부는 시제품을 제작하는 수준까지 왔다.

-최근 성과는 어떤가?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59억5천만원으로 코로나19로 수출의 활로가 막혀 매출이 다소 정체됐다. 그러나 해외 주고객사가 소재한 미국 및 유럽 등지의 백신의 접종률이 높아짐에 따라 수출 문의가 잇따르는 등 회복의 조짐이 보인다. 올해는 약 12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달성군 국가산업단지에 세계 최초로 생분해성 섬유 전용 방사공장을 준공했다.

▶107억원을 투자해 연면적 1만1천764㎡ 2개 동 규모로 지었다. 7개 종류의 다양한 생분해성 원사를 우수한 품질로 뽑아낼 수 있는 시설이다. 과거엔 타 업체의 섬유 방사기를 이용했지만 국내에선 이제 시작 단계인 분야라 아직 PLA 섬유 생산에 최적화된 조건을 가진 곳이 없었다. 만족할 수준의 품질이 나오지 않자 '내가 직접 해보자'고 마음먹고 추진했다.

-섬유가 '사양산업' 딱지를 떼고 미래를 대비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섬유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나아가려면 원사 생산부터 임가공, 제품화·판매까지를 포괄하는 '섬유 스트림' 기반이 튼튼해져야 한다. 스트림 간의 협력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혁신적인 제품,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의 섬유산업은 철저히 임가공 중심이다. 원사를 뽑아낼 방사공장도, 제품 기획과 유통을 담당할 대기업도 없다. 현실적으로 대기업을 지역에 유치하기가 어렵다면, 소재에 대한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이는 지자체와 기업들이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대구시나 섬유업계와 함께 추진하는 사업 계획은 있나?

▶오는 7일 대구경북 소재 섬유업체 34곳과 함께 '탄소중립 생분해 섬유소재 산업협의회' 발족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PLA 섬유 원재료의 10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생산 규모도 마음대로 늘릴 수 없다. 자구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협의회는 원료의 안정적인 수급과 국내 생분해성 소재 개발하자는 취지로 의류용과 산업용 분과로 나눠 기업 간 교류와 협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대구에 탄소중립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대구시가 미래 먹거리인 생분해성 섬유를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강원도의 경우 7월 1일부터 모든 관공서가 PLA 현수막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섬유의 본고장인 대구도 미래 첨단소재에 주도권을 가지기 위해서 좀 더 적극적인 육성 정책을 펼쳐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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