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엄마·여동생 사고 직감한 첫째딸 "태현이니?119부르자" 회유에도 살해당해

세모녀 살인사건 김태현 '피해자 회유에도 살해'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 찾아가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25)이 범행 당시 피해자인 큰딸 A 씨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무참히 살인을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모친과 여동생이 화를 입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 A씨가 상황을 모면하고자 "119를 부르자"며 회유했으나 김태현은 이를 거절하고 A씨를 살해한 것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오권철)는 29일 살인, 절도, 특수주거침입, 정보통신망침해, 경범죄처벌법위반죄 등 5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의 2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진술조서, 발생보고서 등 약 130개의 증거를 제시하며 범행 당일인 지난 3월 23일 김태현의 구체적인 행적을 설명했다. 당시 김태현은 퀵서비스 기사인 척 A씨의 거주지를 찾았다. 그러고는 A씨가 귀가하기 전 A씨의 여동생과 어머니를 차례로 살해했다. A씨는 오후 11시30분쯤 집에 도착했고 안에서 기다리던 김태현을 발견했다.

이어 "태현이니"라고 질문한 뒤 김태현 팔에 생긴 상처를 바라보며 "119를 부르자"고 말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아챈 A씨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김태현을 회유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흉기는 왜 들고 있나", "우리 가족들은 어디 있나"라고 물었으나 김태현은 입을 열지 않았다.

이후 A씨가 김태현을 밀어 넘어뜨리는 등 몸싸움이 벌어졌고 결국 살해 당했다. 이후 김태현은 앞서 빼앗았던 A씨의 휴대전화에서 연락처와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모두 지웠다.

이날 공판에서는 김태현의 계획 범행을 뒷받침하는 내용도 다수 공개됐다. 김태현은 검찰 조사에서 A씨가 출근하지 않는 날을 미리 파악했음을 인정했다. 또 인터넷 검색을 통해 '경동맥' 등 급소를 검색했으며 제압 방법을 구상한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김태현은 지난해 11월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A씨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하다 올해 3월 23일 A씨 집을 찾아 A씨 여동생과 어머니를 차례로 살해하고, 귀가하는 A씨까지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체포 후 경찰 조사에서는 "A씨가 만남과 연락을 거부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그는 범행 전 A씨가 실수로 노출한 집 주소를 찾아가 만남을 시도한 적 있고 연락처가 차단되자 다른 전화번호 등을 이용해 연락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처음 대중에 모습을 보인 지난 4월 9일 돌연 포토라인에서 무릎을 꿇고 "이렇게 뻔뻔하게 눈을 뜨고 숨 쉬는 것도 죄책감이 든다"며 "저로 인해 피해를 본 모든 분께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다만 최초 피해자인 A씨 여동생을 살해한 것은 우발적 범행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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