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글지글-지면으로 익히는 글쓰기] 동화- (1)제목을 어떻게 붙일까

"나도 글을 쓰고 싶다!"

매주 토요일 책의 향기로 채워진 본지를 통해 우리 지역 문인들이 독자들과 만납니다. 매주 토요일 지면에서 열리는 문예창작교실입니다. 이름하여 '지글지글(지면으로 익히는 글쓰기)'입니다. 소설, 시, 시조, 수필, 동화, 동시까지 여섯 가지 문학 장르 필진들이 지면 강의에 나섭니다. 시작은 '동화쓰기'입니다. (편집자 註)

'제목(題目)'은 작품의 얼굴입니다. 작가의 의도와 내용을 가장 깊이 집약하여 그 정수(精髓)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자는 제목을 보고 작품에 더욱 깊은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제목을 붙일 때에는 독자를 끌어당기는 유인체제로서 작동하게 해야 합니다.

또한 제목은 작가 그 자체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안델센'이라고 하면 '성냥팔이 소녀'가 연상되듯 작가와 작품은 상보적(相補的)인 관계입니다. 따라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작가와 제목이 동일시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최근 동화 작품의 제목을 몇 살펴보겠습니다.

・하늘을 나는 거미/ 김나월

・마포나루의 날씨 장수/ 이붕

・혀 없는 개, 복이/ 조희양

・꽁꽁 활활/ 이림

・고목과 담쟁이/ 최현숙

・아기돼지 삼형제, 그 후/ 노경수

・빼빼와 뽀뽀/ 김유

・게임 끝이 아닌 시작?/ 배다인

・숲이 된 물고기/ 배익천

・예쁜 것만 좋아하는 생쥐 '옹야'/ 이경혜

・비밀 연못/ 이상권

이 가운데에서 어떠한 제목이 보다 깊이 독자들의 흥미를 끌게 될까요? 이들 제목을 '누가', '무엇을', '어떻게' 등의 기준으로 나누어 어디에 중점을 두고 정했는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누가'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제목은 등장인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우게 됩니다. 이러한 제목은 독자들에게 주인공을 동일시(同一視) 혹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때 주인공을 독자의 가슴에 더욱 오래 각인시키기 위해 '욕심쟁이 김영감'이나 '웃기는 도깨비'처럼 주인공의 특징을 앞에 붙이기도 합니다.

'무엇을'에 중점을 둔 경우는 작품 말미에서 '아, 바로 이것이 그 본질이었구나!'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요체(要諦)입니다. '게임 끝이 아닌 시작?', '내 맘대로 학교', '어릴 때 입었던 옷', '묵밭에서 꺼낸 보물', '못난이 항아리의 꿈'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겠습니다.

'어떻게'에 중점을 둔 제목은 '둘 다 손해 맞쥬', '예쁜 것만 좋아하는 생쥐, 옹야', '호랑이 할아버지는 울보래요', '막걸리를 안 마시고 저승에 간 김씨는 어떻게 되었을까?'와 같이 주인공의 행동이나 사건 전개에 무게를 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가치 갈등 장면에 접하게 됩니다.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하는 갈등 상황에서 '아, 이 작품 속의 주인공과 같은 판단도 괜찮겠구나!'하는 결론을 얻게 되도록 구성해야 하는 것입니다. 무릇 상품이 포장으로써 완성되듯이 동화 작품은 잘 지어진 제목으로 포장이 끝난다 하겠습니다.

심후섭(본지 신춘문예 동화 당선 작가·대구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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