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518번과 228번 달빛동맹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518번과 228번을 아시나요?'

대구와 광주의 두 도심을 각각 오가는 시내버스에 달린 번호이다. 대구의 518번과 광주의 228번이다. 대구의 518번은 1998년 버스 노선 개편 당시 생겼고, 광주 228번은 2019년에야 신설됐다. 20년 시차를 두고 출발한 서로 다른 두 시내버스 번호에 담긴 공통점이 있다. 비록 발생 시기는 같지 않지만 대구와 광주에서 따로 일어난 '민주화'라는 사연을 담고 있는 점은 같다.

1960년 대구에서는 고등학생들이 당시 자행된 정부의 반민주주의 행태를 비판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그리고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는 군부에 맞서 광주 시민들이 민주화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면서 유혈의 비극이 일어났다. 세월이 흐르고 대구와 광주 사이 교류 활성화를 위해 두 자자체가 나섰다. 그러다 2019년 대구의 518번 시내버스처럼 광주에도 228번을 단 시내버스를 신설하면서 두 시내버스 번호에 두 곳 민주화운동을 기리자는 뜻을 모았고 두 버스는 그런 사연을 갖게 됐다.

그리고 광주 운행 228번 시내버스에는 '2·28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이라는 글귀를 버스 앞면에 적어 광주 시민들이 '228번' 숫자에 새긴 뜻을 알도록 전파했다. 물론 대구에서도 올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518번' 시내버스에 '달빛동맹으로 상생 협력하는 대구-광주, 평화로 하나되는 5·18민주화운동'이라는 홍보물을 걸어 알렸다.

이처럼 '달구벌' 대구와 '빛고을' 광주의 영호남 상생과 공동 번영을 위한 '달빛동맹' 노력의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 1981년 영호남을 잇는 고속도로 착공과 1984년 개통부터 교류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지난달 29일 마침내 두 곳을 잇는 뭍길에다 정부의 '달빛내륙철도' 개설을 위한 밑그림 발표가 이뤄져 철길까지 건설되기에 이르러 두 지역은 교류의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 대구~광주를 1시간대에 도달하는 198.8㎞의 철길 개설 방침을 넣어 확정했다. 머잖아 두 지역 사람들이 뭍길과 철길로 오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임진왜란 때 광주에서 피난 온 고경명 후손과 이들을 도운 안동 김성일 집안 사이의 500년 시공을 넘은 지금까지의 진한 정(情) 나눔처럼 또 다른 아름다운 인연 역시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