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사측이 제시한 1천만 원 연봉 인상안을 거부하고 사실상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는 소식이다. 상반기 선방한 영업 실적 때문에 적절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이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적 고통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득력을 얻기는 힘들어 보인다. 매출이 반 토막 난 영세 상인이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5차 지원금이 100만 원에 불과한 시점에서, 10배나 많은 연봉 인상안을 걷어차 버린 현대차 노조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파업은 대구에는 직격탄이다. 지역 경제를 버티고 있는 한 축인 자동차 부품 업체들로선 원청 업체 파국이 남의 일이 아니다. 코로나 악재를 전국에서 가장 길게 겪고 있는 대구에서 이제 막 경기 전망이 소폭 상승하는 상황이지만, 현대차 파업을 계기로 다시 주춤해 버린다면 바닥으로 재추락하는 사태는 불가피해 보인다.
대구는 이미 주택 건설 현장에서 파업 때문에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올해에만 3만여 가구 분양을 예고하며 개발 사업이 호황이지만 최근 레미콘 운송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며 대구 소재 150여 곳의 공사장이 단숨에 정지해 버린 바 있다.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노조 측이 1㎡당 3만3천 원의 회당 운송 단가를 단숨에 50%가량 인상하면서 업체와 마찰이 시작됐다. 현장 마비를 우려한 지역 업체는 노조 측 요구를 전격 수용하면서 양보했으나 운송노조는 상위 협상 기관과의 타협이 불발됐다며 열흘간 파업을 계속했다.
가까스로 레미콘 협상이 완료돼 현장이 정상 가동되나 싶었으나 일각에서는 아직도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레미콘 후속 작업 인부들이 레미콘 파업 기간 손해 본 일당을 업체 측이 보전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도미노식 파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레미콘 파업으로 이미 수십억 원의 손해를 본 업체는 울며 겨자 먹기로 새로운 손해를 감수해야 할 판국이다.
파업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이 결속해 권력에 대항하는 강력한 무기이다.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선 불가피한 측면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 악화를 우려하는 국민으로선 특정 집단을 위한 파업이 돼서는 안 된다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귀족 노조' '권력 노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미 일부 노조의 행태는 일반인들의 눈높이 수준을 벗어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6일부터 시행되는 노동3법 개정안은 노조 권한을 극대화해 놓을 전망이다. 개정안에 따라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실업자와 해임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종사자' 노조 활동이 가능해지면서 노조 활동을 전업으로 삼을 수 있는 한편 회사 운영과 상관없는 이들이 파업 활동에 가담할 수 있게 된다.
또 노조 전임자의 임금 지불 규정을 금지한 조항이 삭제되면서 노조 운영비도 앞으로는 노조가 아닌 회사가 제공해야 할 판이다. 우리나라는 복수 노조가 허용돼 있어 한 회사당 몇 개의 노조가 활동하더라도 이들의 운영비는 고스란히 회사 몫이 될 우려도 커진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전문위원인 이상호 연세대 겸임교수는 자신의 저서 '국가브랜드 1위의 비밀, 독일의 일자리혁명'에서 "독일처럼 노사 간 공동 결정을 통해 투명한 경영과 경쟁력 제고를 동시에 꾀해야 한다"면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자명한 사실은 회사가 망하면 노조도 존치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없는 회사는 가능해도 회사 없는 노조는 있을 수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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