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름철 불청객, 반려견 귓병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과거 개 귓병의 주원인들이 외부 기생충이나 오염된 이물이 귓속으로 들어가서 발생하는 경우였다면, 현재 가정에서 키워지는 반려견의 귓병은 보호자의 부적절한 귀 청소에 의해 촉발되는 경우들이 많다. 귀를 가려워하거나, 귀점막이 붉게 발적되어 있거나, 귀에서 쿰쿰한 냄새가 난다면 귓병을 의심해야 한다.
과거 개 귓병의 주원인들이 외부 기생충이나 오염된 이물이 귓속으로 들어가서 발생하는 경우였다면, 현재 가정에서 키워지는 반려견의 귓병은 보호자의 부적절한 귀 청소에 의해 촉발되는 경우들이 많다. 귀를 가려워하거나, 귀점막이 붉게 발적되어 있거나, 귀에서 쿰쿰한 냄새가 난다면 귓병을 의심해야 한다.

자루(9y·닥스훈트)가 귀를 가려워한다며 내원했다. 지난해 피부병으로 치료를 받고 건강해졌는데, 최근 들어 귀를 긁고 앞발을 자근자근 깨무는 행동이 늘었다고 하셨다. 자루의 귀는 육안으로 봐도 발적이 심했고, 쿰쿰한 냄새도 났다.

◆더위는 귓병을 재발시킨다

반려견 건강에 있어서 여름철의 불청객은 단연 피부병과 가려움이다. 따뜻한 영향 탓에 체온상승으로 인해 가려움이 증가하고, 피부 원인균도 잘 자라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자루의 귀를 세포도말 검사를 해보니 개에서 다발하는 말라세지아(병원성 효모균)가 다량 검출됐다. 말라세지아 병원균은 습하고 따뜻한 귀속 공간(외이도)을 선호한다. 피부염과 가려움이 두드러지고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특징이다.

말라세지아로 인한 귓병은 사실상 완치되기 어렵다. 증상이 개선되더라도 더위가 찾아오고 피부 건강이 불리해지면 재발하는 경향이 강하다. 평상시 피부 건강을 잘 유지돼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더위로 인한 체온상승, 스트레스, 면역력 약화가 귓병을 재발시키는 원인임을 기억하자.

◆과거와는 다른 현재의 개 귓병 원인

과거 개 귓병의 주원인들이 외부 기생충이나 오염된 이물이 귓속으로 들어가서 발생하는 경우였다면, 현재 가정에서 키워지는 반려견의 귓병은 보호자의 부적절한 귀 청소에 의해 촉발되는 경우들이 주류다.

부적절한 관리로 인해 외이도 점막이 자극받고 피부 면역력이 약화되면 말라세지아 등의 병원균에 의해 기회감염이 용이해진다.

동물병원을 내원하는 반려인들을 상담하다 보면 의외로 개 귓병을 악화시키는 주원인이 반려인의 잘못된 귀 청소 습관임을 알 수 있다.

부지런하게 귀를 후비고 청소를 열심히 하는 경우가 개의 귀 건강을 해치고 있었다. 오히려 마당개처럼 귀 청소 따위는 신경 안 쓰신 가족들이 돌보는 개의 귀가 건강한 편이었다.

건강한 귀(좌), 말라세지아 감염에 의한 귓병(중간), 귀 점막세포 도말검사에 검출된 말라세지아균(우측). 탑스동물메디컬센터
건강한 귀(좌), 말라세지아 감염에 의한 귓병(중간), 귀 점막세포 도말검사에 검출된 말라세지아균(우측). 탑스동물메디컬센터

◆부적절한 귀 청소는 귀를 학대하는 셈이다.

시판되는 귀 세정제와 면봉을 이용해 귓속을 청소할수록 귀 점막은 상처를 받는다. 항균 성분이 포함된 귀 세정제가 세균 억제에는 도움 되지만 정상적인 귀 점막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역효과를 가진다. 만성 귓병의 원인이 세균보다는 말라세지아 감염이 대부분인 이유이다.

면봉을 이용하여 귀를 닦아 내는 과정은 최악의 선택이다. 사람의 코점막만큼이나 연약하고 분비선이 발달한 이도내 점막을 면봉으로 닦아내면 쉽게 상처가 발생한다. 이물을 닦아 내기보다는 이물질을 더 깊이 밀어 넣게 된다.

귀털을 깨끗이 뽑아내는 것도 옳지 않다. 장모종의 경우 귓속 털이 수북할 때는 적당히 뽑아내야 하지만, 귓속 깊이 포셉을 밀어 넣어 귓속 털을 뽑으려다 보면 오히려 이도 점막에 상처를 내기도 한다.

적당량의 귓속 털은 이물질을 걸러내고 이도 점막을 보호하는 역활을 하고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말티즈, 시츄, 푸들 등의 장모종을 키우시는 보호자는 미용사에게 귓속 털을 깨끗하게 제거해달라 요청하지 않아야 한다. 그보다는 귀 건강에 도움 되게 조심스럽게 다듬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부적절한 귀 청소는 귀를 학대하여 귓병을 악화시키는 잘못임을 명심하자.

◆귀를 가려워한다면 병원 치료가 우선

반려견이 뒷발로 귀를 털어내듯이 가려워하거나, 귀를 도리도리 흔들고 비비는 행동을 보인다면 귓병을 의심해야 한다. 귀를 긁는 발, 발을 핥는 입, 입이 닿는 다양한 부위로 병원균이 전파되어 피부질환으로 확산된다.

특히, 귀 점막이 발적되거나 부은 느낌이 들거나, 쿰쿰한 냄새가 난다면 말라세지아 귓병을 의심해야 한다.

동물병원에서는 귀속을 비젼으로 검사하고, 이도점막 세포를 채취하여 현미경으로 원인균을 감별한다. 귓병이 만성화되어 통증을 호소한다면 X-ray 검사를 통해 수술을 필요한지를 확인한다. 귓병이 만성화되면 이도를 감싸고 있는 연골이 두껍게 석회화돼 이도가 협착되기 때문이다. 이도가 협착되면 치명적인 내이염과 중이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

귀를 가려워하고 귀를 만지는 것을 싫어하는 반려견은 수의사의 검진이 우선되어야 한다. 말라세지아 귓병의 경우 가족들에게 알러지를 유발하는 원인이기도 하기 때문에 가족들의 위생 건강을 위해서도 조기에 진단되고 치료받아야 한다.

◆반려인을 위한 손쉬운 귀 청소 Tip.

1. 귀 점막에 육안으로 관찰되는 누르스름한 기름때는 정상이다. 화장솜에 귀 세정제를 적셔 가볍게 닦아내는 정도가 적합하다.

2. 귀 세정제를 귓구멍으로 주입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귀 세정제 속에 함유된 항균물질과 지질용해 성분들이 오히려 이도 점막을 자극하며 정상적인 면역상태를 약화시킬 수 있다.

3. 귀 세정제를 굳이 사용해야겠다면 소량을 귓구멍에 주입 후 자연스럽게 머리를 흔들어 흘러나오도록 기다려준다. 개는 원심력을 이용하여 귀속 이물을 제거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흘러나오는 세정액을 화장솜으로 가볍게 닦아내도록 한다.

4. 귀속에 이물이 관찰된다고 면봉을 이용해 파내려고 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이도 점막을 상처 내고 이물을 밀어 넣는 결과를 초래한다. 수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모든 개들은 본능적으로 귀속을 관리하는 능력이 있다. 샴푸할 때 물이 들어가면 '도리도리' 세차게 머리를 흔든다. 강한 원심력을 이용해 귓속 이물을 제거한다. 자연스러움을 존중하고 살짝 방임해주는 것이 귀 건강, 피부 건강에는 유리하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

수의학박사 박순석(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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