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받아 봤던 질문이다. 장난스럽게 던진 질문에 아이들은 곤란했을 것이다. 나 역시 어릴 적 가족이나 주위 사람이 가끔 재미 삼아 던지는 이 질문에 꽤 난처하던 기억이 난다. 엄마나 아빠 중 어느 한 사람을 반드시 선택해야만 하는 이 불편한 질문이 정말이지 싫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내 편' 혹은 '네 편'만 존재한다. 내 편은 무조건 옳고 네 편은 무조건 그르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은 '절대 선'이고 다른 사람 생각은 '절대 악'이라고 여기며, 세상에 오직 '동지'와 '적'만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네 편엔 완전무결한 도덕적 책임을 요구하고 사소한 문제도 트집을 잡으면서, 내 편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선 "어쩔 수 없다"란 식으로 넘어가는 이중 잣대를 보여주는 아전인수식 논리다. 좁은 시야와 편견으로 네 편을 싸잡아 비난하고, 네 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거나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여러 가능성이 있음에도 두 가지 가능성에 한정해 사고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현재 우리는 젠더, 세대, 이념, 계층, 지역, 국가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극단적 이분법 사고에 매몰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어 왔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면 외국 언론에서조차 '내로남불'(naeronambul)이란 한국의 유행어까지 소개했겠는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여 이르는 '내로남불'이 창피스럽게도 이젠 글로벌 용어가 됐다. 망국적인 현 상황은 일소돼야 할 최대의 국가적 적폐임이 자명하다.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성의 사회다. 다양한 인종과 직업, 문화, 환경, 가치관, 사고방식 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다양성의 가치가 존중받지 못하고 직업 간, 이념 간, 계층 간 이분법적 갈등이 발생하면 사회는 분열되고 역사는 후퇴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양자택일하듯이 간단치 않으며 다원적인 가치로 얽히고설켜 움직인다. 흑백논리가 만연한 사회는 유연성을 잃고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
이제는 어느 한쪽에 서서 나는 무조건 옳고, 상대는 무조건 그르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이상의 편 가르기도 안 된다. 분노와 적개심으로는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 성별, 연령, 사상, 출신, 나라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상대편의 처지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이해하는 역지사지의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이 상생의 발전을 도모하는 지름길이다. 자기 생각이나 결정이 절대선이 아님을 기꺼이 수용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성숙한 사회가 되는 첫걸음이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 질문은 둘 다 좋아하거나, 둘 다 싫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또한 누구를 좋아한다는 답변은 누구를 싫어할 것이라는 전제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더욱이 이 질문에 답하는 아이에게 둘 중 하나의 답만 선택하기를 강요하고 있다. 이젠 더 이상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어리석고 무의미한 질문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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