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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검사·조선일보 언론인·총경 등 "포항 출신 가짜 수산업자에 놀아나"

116억 가로챈 포항 출신 40대 자칭 수산업자 '화려한 인맥'
정치권 유력 인사도 연루, 친분 과시하며 사기에 활용…관련자 금품수수 혐의 수사

포항 구룡포항에 정박 중인 오징어잡이 채낚기 어선. 매일신문 DB.
포항 구룡포항에 정박 중인 오징어잡이 채낚기 어선. 매일신문 DB.

현직 부장검사, 경찰, 언론인 등 거물급 뇌물 스캔들을 일으킨 경북 포항 출신 '자칭 1천억원대 자산가' A(43) 씨의 정체를 두고 전국이 술렁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해 A씨가 자랑했던 명함과 재산은 모두 거짓이었다.

1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3년 전인 2018년 불현듯 자신의 고향인 포항 구룡포에 나타났다. 이 때는 A씨가 사기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직후로 보인다.

당시 A씨는 렌터카 업체로부터 국산 차량 몇 대를 가져와 지역 지인들에게 "렌터카 사업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사업 장소는 부모가 물려준 집이었다. A씨의 부모는 오징어 건조 덕장을 운영하다 A씨가 성인이 된 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들은 "구룡포에서 무슨 렌터카 영업이 되겠느냐"며 보험 관련 일과 오징어 조업을 하는 채낚기 어선 선원 자리를 알아봐 줬지만, A씨는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이후 A씨는 지인들과의 연락이나 왕래를 거의 하지 않고 지냈다.

A씨는 구룡포에서 초등학교만 졸업한 뒤 중·고교는 다른 지역에서 나왔기 때문에 지역에 친한 친구는 거의 없었다. A씨를 기억하고 있던 몇 없는 친구들도 성인이 돼 나타난 A씨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 그를 멀리했다.

A씨의 한 초교 동창생은 "(A씨가)전교 학생회장을 할 정도로 공부도 잘했고, 성실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서울에서 사법고시 공부를 준비한다고 들었다"면서 "5년 전쯤 외제차를 타고 고향에 내려와 대구 한 법무사 사무장이라던가, 고급 수입차 리스 사업, 인터넷 관련 사업 등 이것저것을 준비한다고 했지만 믿음이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창생은 "이때부터 부산과 대구 등지에서 사기를 치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심지어 부모님의 제사에도 나타나지 않아 구룡포에 살고 있는 친척들과도 절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로부터 1년쯤 지나면서 지역에 괴소문이 돌았다. A씨가 1천억원대 유산을 물려받은 자산가라느니, 구룡포에 수십 척의 선박을 갖고 있다는 등의 허황된 소문이었다.

이후 구룡포에 A씨를 찾는 외지인이 늘기 시작했다. 하지만 A씨는 주변 연락을 끊은 상태라 아무도 A씨의 행방을 알지 못했고, 이 외지인들은 A씨의 빈집만 확인하고 돌아갔다. 이 중에는 전 국회의원 B씨의 친형도 포함돼 있었다고 A씨 지인들은 전했다.

이 외지인들은 A씨의 사기에 걸려든 이들이었다. 지난 4월 A씨는 배에서 냉동시킨 오징어(선동 오징어) 판매 사업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떠벌리며 투자자 7명을 모아 116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는 투자자를 속이기 위해 거짓으로 만든 경력을 사용했다.

수산물 유통업체 명함을 파고, 인터넷 언론 부회장과 한국언론재단 인터넷 신문윤리위원회 상임위원, 유니세프 경북지회 후원회장, 한국다문화 가족협회 대구경북후원회장 등 직함을 알리고 다녔다. 이 직함들은 가짜였다.

재력과 경력에 더해 필요한 것은 자신의 신뢰감을 더해줄 인맥이었다.

2019년 대구지검 포항지청 C부장검사와 친분을 맺었고, 올해 1월 부임한 포항남부경찰서장 D총경과도 안면을 트기 시작했다. 이들 외에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변인이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등과도 알고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인맥에 거론된 이들은 모두 금품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경찰은 C부장검사 사무실을 지난달 23일 압수수색했고, D총경은 지난달 30일 경찰에 입건된 이후 대기발령 조치됐다.

C부장검사는 A씨에게 현금을 비롯해 초고가의 IWC 시계 등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D총경은 A씨와 식사를 하고 선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을 뿐, 정확한 혐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A씨는 이 전 논설위원에게 고가의 골프채를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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