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에 처음 입문하면 악기 소리를 구별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피터와 늑대'(Peter and Wolf)는 관현악에 쓰이는 악기의 음색, 성격 등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피터와 늑대'는 용감한 소년 피터가 숲 속의 늑대와 싸워 착한 동물을 구한다는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한 곡으로, 프로코피에프가 1936년 러시아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작곡한 곡이다. 어린이들이 음악을 좋아하고 악기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악기와 동물을 연결시켜 오케스트라 악기의 이해를 통해 음악적 교육효과를 높였다. 아이들은 이야기와 함께 음악을 들으며 각각의 악기가 지니는 음색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과 동물은 악기로 표현된다. 용감하고 매사에 자신만만한 피터는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기가 연주한다. 현악기로 연주하는 피터의 주제는 경쾌한 멜로디로 이뤄져 있다. 피터가 사로잡은 늑대를 데리고 행진할 때는 경쾌한 멜로디가 당당한 행진곡풍으로 바뀐다.
늘 걱정이 많은 할아버지는 '바순'이라는 악기로 표현한다. 바순은 낮고 어두우면서도 강한 음색을 갖고 있어 완고한 할아버지의 성격을 잘 나타내고 있다.
피터의 친구 작은새는 맑고 경쾌한 음색을 가진 '플루트'가 연주한다. 음표들이 위아래로 빠르게 움직이는데 듣기에는 즐겁지만 연주자들에게는 연주하기 어려운 곡이다. 이 작은새를 어떻게 하면 잡아 먹을까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고양이 역할은 '클라리넷'이 맡는다. 클라리넷 소리를 듣고 있으면 작은새를 잡아먹기 위해 살금살금 다가오는 고양이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동작이 둔해 결국 늑대에게 잡아먹히고 마는 오리는 '오보에'로 표현된다. 오보에는 조금 막힌 듯한 소리를 내는데, 매사에 굼뜬 오리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오리를 산채로 삼켜버린 무서운 늑대는 세 대의 '호른'으로 묘사한다. 호른은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금관악기인데, 세 대의 호른이 독특한 화음을 낸다. 그 화음이 늑대의 음흉함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사냥꾼의 모습은 신나는 큰북과 팀파니가 묘사한다. 힘차고 당당한 큰북과 팀파니 소리는 늑대에게 총을 겨눈 사냥꾼의 용감한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피터와 늑대'는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음악적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곡이지만 어른들이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곡이다. 외국어 해설이 잘 들리진 않지만 악기마다 빚어내는 특유의 소리와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줄거리를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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