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신 맞고 유급휴가?…영세·5인 미만 기업엔 '그림의 떡'

대구 오한·발열 등 신고 0.48%…접종 당일 충분한 휴식 필요
정부 휴가는 권고 사항 불과…동료애 때문 일부 꺼려하기도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에서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들이 백신 휴가 보장 및 불공정한 AI 규제를 요구하며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에서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들이 백신 휴가 보장 및 불공정한 AI 규제를 요구하며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 대구 달성군의 한 중견기업 생산직으로 근무하는 이모(30) 씨는 백신 접종을 희망하고 있다. 그는 "회사에서 이틀간 유급휴가를 주기 때문에 부작용에 대해 큰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회사 차원에서도 유급휴가를 제공하고, 같이 일하는 부서 직원들도 백신 휴가에 대해 눈치를 주지 않는다. 이 씨는 "함께 일하는 동료 대부분 맞거나 맞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2. 대구 서구 소재의 한 소규모 업체 생산직으로 근무하는 백모(31) 씨는 "기회가 오더라도 백신을 맞을지 고민"이라고 했다. 백 씨가 일하는 곳은 10명 내외의 소규모 공장이다. 그는 "인력 여유 없이 각자 맡은 일이 있기 때문에 한 명만 빠져도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백신 휴가라는 것도 없고, 아파도 눈치가 보여 쉴 수 없을 것 같아 선뜻 백신 접종하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정부가 원활한 백신 접종을 위해 백신 휴가 도입을 권고하고 있지만 영세하거나 규모가 작은 기업체 직원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현재 대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건수는 86만6천여 건이다. 이 가운데 4천140건의 이상 반응이 접수됐다. 대구에서 백신 접종자 중 0.48%가 오한, 발열 등과 같은 부작용을 신고한 셈이다. 이러한 부작용 탓에 접종자들은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정부는 지난 4월 백신 휴가 도입을 권고했다.

문제는 백신 휴가가 권고사항에 그치는 탓에 인력 운영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대기업·중견기업은 백신 휴가를 장려하는 분위기지만 영세 사업장이나 5인 미만 기업의 경우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점이다. 특히 대구 지역의 영세사업장·5인 미만 기업 기업의 경우 대부분 한계기업이어서 인적 여력이 없는 탓에 이들 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백신 접종도 꺼린다.

전문가는 영세·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백신 휴가 제도 도입을 위해 정부·지자체가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경수 영남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 휴가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으면 접종률이 낮아져 감염병을 확산시킬 수 있다"며 "지자체·정부에서 접종 휴가에 대한 보상을 0.5일분 급여를 보장해주는 등 백신 휴가 보상비에 대해 전향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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