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재명의 ‘억강부약’이 자아내는 불안감

여권의 대선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밝힌 청사진은 변화에 대한 기대보다는 격변에 대한 걱정을 앞서게 한다. 안정 속에서의 점진적 변화가 아니라 사회구조를 밑에서부터 바꾸는 혁명적 변화를 예견케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억강부약(抑强扶弱)으로 모두가 잘 사는 대동(大同) 세상을 향해 가야 한다"는 발언이다. 이 지사는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로 현재 대한민국이 위기이고 그 원인이 '불공정과 양극화 때문'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특히 "우리가 저성장으로 고통받는 것은 불공정과 불평등 때문"이라며 공정성 확보, 불평등과 양극화 완화, 복지 확충, 경제적 기본권 보장을 강조했다.

이런 과제들을 추진하기 위해 이 지사가 견지하는 원칙이 '억강부약'이라면 문제가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 경제적 강자의 부를 불공정과 불평등에 기반한 정의롭지 않은 것으로 매도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불공정과 불평등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 부의 편재가 100% 구조적 불공정과 불평등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런 경제·사회구조로는 '세계 10위권 경제'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억강부약이 인위적으로 부를 특정 계층에서 다른 계층으로 옮기는 것이란 점에서 '약탈'이란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부유세' 같은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는 이미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실패한 것으로 판명 났다. 이런 제로섬 정책은 대립과 갈등을 부추겨 사회통합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저성장 원인으로 불공정·불평등을 꼽은 것도 문제다. 저성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더 심화됐다. 문 정부의 반(反)시장·반기업·친노조 정책 때문이다. 이런 역주행이 일자리를 없앴고 빈부격차를 심화시켰다. 이는 무엇을 뜻하나? 불공정과 불평등은 저성장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공정·불평등이 저성장을 낳았는데 우리가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인 것은 무슨 조화인가.

이 지사의 억강부약은 안정 속의 점진적 변화가 아니라 격변을 예고한다. 격변은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놓고 벌이는 도박이다. 성공해도 그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긍정적 결과를 지속적으로 보장할지는 미지수다. 그런 점에서 이 지사는 국가 경영 원칙의 근본적인 재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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