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는 순 우리말이다. 불에 탈 때 '자작자작'하는 소리가 나서 이름지어 졌다.
자작나무 껍질은 잘 닦은 은처럼 빛난다. 멀리서도 빛이 난다. 가까이서 보면 더욱 장관이다. 껍질은 백짓장처럼 얇고 가늘다. 윤기조차 좌르르 흐른다. 자작나무 숲은 새로운 세상이다.
영양 자작나무 숲이 30여년 사람들의 발길을 거부해오다, 비로소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자신을 오롯이 내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최고의 명소다.
시인은 청년에 접어들어 그 길을 떠나, 장년이 되어서 다시 그 길에 돌아온다. 결국 시인에게는 자작나무 숲 세상이 가장 아름다운 삶을 가꾸는 장소다. 이렇듯 자작나무는 경이로움, 감동, 환희, 순수함이었다.
영양 자작나무 숲도 우리들에게 그런 장소다. 지친 삶의 활력을 다시 찾으려면 지금 당장 영양 자작나무 숲을 찾자. 아무 준비없이 지친 마음을 비울 마음만 있으면 된다.
◆자작나무 숲은 경이로움, 감동, 환희, 순수함
시베리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여행길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것이 자작나무다.
아주 오래 전 기억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취재 여행을 한 적이 있다.
끝이 언제일지 모를 긴 여정, 자작나무 숲 행렬도 끝 모르게 이어졌다. 새하얀 눈 덮힌 설국 땅에서 하늘 찌를 듯 곧게 버티고 선 자작나무는 경이로움이었다.
여행길에서 체험한 자작나무 숲 산책은 색다른 감동과 환희였다. 숲에 들어서면 열차 곁을 스쳤던 자작나무와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이다.
숲 전체가 새하얀 눈 밭인 듯하다. 문득 아득해진 정신을 가다듬어 가만히 들여다 보면 나무에 박힌 점점이 검은 눈동자들이 태초의 신비인양 이방인을 홀린다.
중국 동북3성 항일투쟁가들의 만주 독립운동을 취재하고 백두산을 오르기 위해 지났던 이국땅에서도 자작나무의 고고함을 볼 수 있었다.
온갖 나무들 사이에 백옥 같은 자신만의 순수함을 잃지 않았다. 차디찬 만주벌판을 내 달리며 독립투쟁에 나섰던 항일독립운동가들의 열정을 보는 듯했다.
'내 다시 자작나무에 오르고 싶다/ 검은 줄기를 타고 설백(雪白)의 가지 끝까지/ 하늘을 향해, 나뭇가지가 더 지탱할 수 없을 때까지/ 거기서 가지 끝을 늘어뜨려 다시 내려오느니/ 가고 다시 돌아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삶일까'
로버트 프로스트 시인이 쓴 60여 행에 이르는 시 '자작나무'의 마지막 싯구절이다. 시인은 어릴적 나뭇가지를 타고 놀던 자작나무 숲길을 기억한다. 소년들이 가지를 타고 하늘 끝까지 솟구쳤던 기억들이다.

◆지친 활력 충전, "지금 영양 자작나무 숲으로"
경이로움의 세상, 영양 자작나무 숲은 30년 넘도록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주변에 100년을 족히 살았을 아름드리 금강소나무들이 호위무사처럼 애워싼채 누구에게도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가로막히고, 사람들의 마음과 몸을 옭아 매는 '팬데믹'에 자작나무 새하얀 수피는 비로소 사람들에게 '오라'고 손짓하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영양 자작나무숲은 1993년에 조성됐다. 30.6ha 규모의 국유림에 조림됐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자작나무 군락지다.
30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에서 자란 자작나무는 대부분 20m가 훌쩍 넘어 하늘을 찌를 듯 서있다.
숲에 들어서면 하얀색 줄기와 초록빛으로 물든 분위기가 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듯 몽환적이다.
최근 트레킹 마니아와 사진작가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비대면, 언택트 관광지로 제격이다. 이곳은 '웰니스 산림관광지', '언택트 여행지'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영양군은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2020년 지역수요 맞춤지원 공모사업'에 '영양 자작나무숲 힐링허브 조성사업'으로 선정됐다.
28억원의 사업비로 숲 힐링센터, 숲 체험원, 에코로드 전기차 운영기반 등 산림휴양지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지난해 6월 산림청은 '여행하기 좋은 명품 숲'으로 영양 자작나무숲을 선정하기도 했다.
경북 최고의 힐링을 너머 치유의 숲으로 인정받는 영양 자작나무 숲은 그리 호락호락 자기 모습을 내 보이지 않는다.
수비면 발리리를 지나 오기못으로 가다 좌측으로 난 비탈길을 넘어 죽파리로 가야한다. 또, 영양읍내를 지나 국도를 타고 가다 일월면 덕봉리 부근에서 수비 송하리로 올라가는 길로 갈 수도 있다.

죽파리 마을을 다 지나면 차를 세워야 한다. 이 때부터 자작나무 숲까지 3.2km는 걸어야 한다. 검마산 자락에서 노니는 온갖 새소리와 길섶으로 흐르는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걷는 시간마저 치유의 시간이다.
한 여름이라도 숲 속은 청량함이 감돈다. 그렇게 1시간여를 지나면 비로소 눈 앞에 순백의 자작나무 숲이 나타난다. 잠시의 피곤함이 일순간 사라지는 듯하다.
국내 자작나무 숲을 대표하는 강원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의 세 배에 달한다. 입구부터 산을 타고 줄지어 선 자작나무들이 마치 군무를 펼치듯 버티고 서 있다.
나무 숲 사이로 사람들이 오갈 수 있는 오솔길이 열려 있다. 새하얀 수피와 푸른 잎들이 하늘 빛을 가로막고 있는 오솔길은 2km나 펼쳐져 있다. 검마산 정상까지 이어졌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영양 자작나무 숲에서는 모든 상념과 걱정이 사라진다. 일상에 지치고 찌든 몸과 마음을 깨끗이 치유해 줄 자연의 선물이다. 이곳은 청정 자연환경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속 장면처럼 오래도록 가슴에 남게 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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