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 참여 혹은 대선 출마와 함께 다른 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며 정국은 선거 분위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야권은 물론 전체 대선 주자 중 여론조사 1위인 윤 전 총장에 대한 공세는 생각보다 더 거칠다. 시간을 맞춘 것처럼 출마 선언 사흘 만에 윤 전 총장 장모에게 내려진 징역 3년의 유죄 판결은 험난한 그의 앞길을 상징하는 듯하다. 여권의 공격이야 당연히 예상한 일이지만 야권도 환영 일색은 아니다. 복당한 홍준표 의원을 중심으로 야권 내부에서도 윤 전 총장 검증(?) 공세에 앞장서는 모양새다. 정치의 최우선 과제가 당내 투쟁에서 살아남는 것이라는 정치판의 평범한 진리를 상기하면 윤 전 총장 아니라 누구라도 야권 대표 선수로 나서기 위해서는 여러 고비를 넘어야 한다.
문제는 상황이 너무도 유동적이라는 사실이다. 내년 대선 판세가 예측 불허라는 말은 하나 마나 한 소리다. 하지만 누가 야권 최종 주자로 나설지조차 불투명하고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것은 초유의 일이다. 그럴수록 야권의 경쟁은 치열해질 수 있고 상황을 잘못 관리할 경우 산통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은 기존의 내부 주자들 외에 윤석열, 안철수, 최재형, 김동연 등 외부 인사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기대 수준이 아니라 목을 매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들의 입당이나 합당이 무산되면 야권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이준석 대표가 연일 버스 정시 출발론을 강조하는 것도 외부 인사들이 출발 전 버스에 탑승해 달라는 구애라 믿고 싶다.
최근 한 조사에서는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54.8%, 정권 재창출 여론은 37.5%로 나타났다고 한다.(의뢰 기관 SBS, 조사 기관 입소스, 조사 기간 6월 28~29일) 같은 기관이 지난 2월 6~7일 조사했을 때 정권교체 여론 46%, 정권 재창출 여론 45.5%로 팽팽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이다. 여론조사를 보고 야권이 내년 선거를 낙관할 수 없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정치 지형이 사뭇 달라졌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수 세력이 사회의 주류요 다수였던 시절은 이미 과거 일이다. 비주류로 전락한 보수 진영이 정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절박함이 앞서야 한다. 한마디로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말이다. 야권 대선 후보가 많게는 14명에 달한다고 한다. 대선 주자 풍년이라 하기는 아직 이르다. 출마 여부조차 불확실한 인물들도 많이 있다. 그럴수록 야당 당내 후보들부터 야권 대선 후보가 아닌 정권교체가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여권을 상대하기 앞서 내부 공격에 시달릴 게 뻔하다면 어떤 외부 인물이 흔쾌히 야당과 함께하려 하겠는가.
다행히 윤 전 총장의 발언을 살펴보면 이 점만은 분명히 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주 윤 전 총장을 만난 권영세 의원도 10가지 중에서 9가지가 달라도 정권교체의 필요성 하나만 동의하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사실 정치는 마땅히 그래야 한다. 작은 차이를 강조하며 이단이라 정죄하는 건 종교의 영역이다. 교리의 순수성을 중요시하는 종교는 그럴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정치는 종교가 아니다. 대동소이란 말처럼 큰 틀에서 공통점이 있다면 작은 차이를 무시하고 함께할 수 있는 게 정치의 영역이다. 그런 점에서 9가지가 달라도 한 가지만 같다면 함께할 수 있다는 발언은 고무적이다. 본인의 말처럼 현장 정치에 대한 정무적 감각이 없어서인지는 모를 일이다. 9가지가 같아도 한 가지가 다르면 같은 당이라도 원수 대하듯 하는 게 우리 정치판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정치철학 면에서 국민의힘과 생각을 같이한다"는 발언도 했다. 정치철학과 목표가 동일하다면 함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잘 아는 우화에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있다.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는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기는 물론 어렵다. 그러나 교훈을 얻을 수는 있다. '토끼는 상대를 보았지만 거북이는 목표를 보았다'는 교훈도 그중 하나다. 야당 후보들이 상대를 보는 대신 목표를 보는 인식부터 함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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