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대가야에 살어리랏다

최병호 전 경북도 혁신법무담당관

최병호 전 경북도 혁신법무담당관
최병호 전 경북도 혁신법무담당관

"떠오르는 태양과 기우는 달도 쉬어가는 주산 능선에 이는 바람은 누구의 숨결입니까. 높은 하늘과 넓은 대지를 잇는 일곱 빛깔 무지개다리 저편에 내리는 비는 누구의 눈물입니까. 바람도 자고 가는 정정골 기슭에 숨어 우는 새들의 울음은 누구의 노래입니까. 오고 가는 길목에 서서 아름다운 자태로 미소 짓는 꽃들은 누구의 영혼입니까. 깊은 골짜기 계곡마다 하얀 치마 덮어쓰고 몸을 던지는 소리는 누구의 통곡입니까. 한 서린 궁성터에 노을빛이 내리면 낙동강도 말없이 흐느낀다. 그리워라. 대가야국이여. 잊을 수 없어라. 그 이름 대가야국이여." 이 글은 필자가 대가야국의 멸망을 돌아보며 지은 '아, 대가야국이여'라는 시이다.

역사적으로 고령은 대가야국의 도읍지이다. 시대를 거슬러 대가야국은 AD 42년 이진아시왕이 건국한 이래 16대 도설지왕 562년 신라 진흥왕에 의해 멸망되기 전까지 고령 지역을 기반으로 520년간 존속하면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지만 역사 속에 묻혀 버린 신비의 왕국이다. 이 땅에서 가야연맹의 맹주국인 대가야국이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 지도 1천500여 년이 지났지만 그 시대, 그들이 남긴 족적들은 세월의 강을 건너 문화유산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가야국의 대표적 유적으로는 700여 명의 왕과 왕족, 귀족들이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지산동 고분군을 들 수 있으며, 우리나라 최초로 확인된 최대 규모의 순장묘인 지산동 44호 고분이 있다. 그리고 야로현 등에서 생산된 철제로 철의 왕국이라 불렸는가 하면 우륵의 12줄 가야금도 유명하고, 토기, 갑옷, 투구 등 무기와 금동관, 귀걸이 등 장신구는 대가야 양식으로서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등 문화적으로도 황금기를 누렸다. 대가야국은 5세기 후반부터 6세기 전반에는 고령을 도읍으로 하여 오늘날 경상남도 및 전라북도 일부까지 아우르는 넓은 영역을 차지하는 등 최대의 전성기를 맞았다.

고령군은 인구 3만927명(2021년 6월 말), 면적 384.06㎢, 예산 3천360억 원(2021년 본예산)으로 작은 도시이다. 인구 절벽과 초고령사회의 위기 속에 고령군의 발전도 정체 상태에 있다. 앞으로 고령군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가야는 물론 가야 문화 유적을 대대적으로 발굴하고 연구하여 고대 3국 시대를 4국 시대로 재정립하는 등 어둠 속에 묻힌 역사를 조명하고, 지산동 고분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도록 하여 대가야를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 그리고 가야 문화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대한민국의 역사이므로 더욱더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 밖에 스토리텔링을 통한 관광코스 개발, 지역 연계 관광상품 개발, 관광 콘텐츠 고도화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역사, 문화, 관광으로 미래 먹거리산업의 핵심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명실공히 관광문화도시로 발돋움하는 길이다.

대가야는 불멸의 살아 있는 역사로서 고령 일대에 그 흔적과 향기가 남아 있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그리고 죽어서 묻힐 곳도 대가야 고령이다. 대가야 고령은 나의 고향이자 마음속의 안식처이다. 나는 자랑스러운 대가야의 후예로서 이 땅을 지키며 노래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리라.

문화부 jeb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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