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대구 한 전자제품 판매점. "초소형 카메라를 찾고 있다"고 말하자, 점원은 "어떤 형태를 찾느냐" 되물었다. 매장에 비치된 제품은 USB와 볼펜 등으로, 촬영이 가능한 '몰래카메라'였다. 점원은 "최근엔 직접 매장에서 찾는 손님보다 인터넷을 통한 구입이 늘어 매장에 들여놓는 제품은 줄었다"며 "원하는 모델이 있다면 인터넷으로 대리 주문할 수 있다"고 했다. 점원이 안내한 인터넷 사이트를 확인했더니 흔히 알려진 볼펜, 안경 외에도 모자, 화재경보기 등 알려지지 않은 제품들도 있었다.
불법 촬영을 위한 '변형카메라'를 시중에서 손쉽게 구매를 할 수 있어 불법촬영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2016~2019년 검거한 불법촬영 범죄는 모두 887건에 이른다. 해마다 평균 221.8건이 발생하는 셈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264건에서 2017년 236건, 2018년 181건으로 줄어들다가, 2019년 206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불법촬용 범죄의 기소율은 평균 85.4%였다.
경찰 집계는 적발된 건수만 포함하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촬영 범죄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불법촬영 카메라를 찾아내는 일을 하는 한 관계자는 "걸린 것만 뉴스와 통계에 나오는데, 안 걸린 것들까지 감안하면 불법촬영 문제는 더 심각할 것"이라고 했다.
지역에서도 지난해 12월 한 은행 여자화장실에 동료 남자 직원이 몰래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했고, 한 여성 직원에 의해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여성들은 언제, 어디서 불법촬영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을 호소한다. 서모(27) 씨는 "몰래카메라가 어디에 설치돼 있을지 모르니 공중화장실 가기도 꺼려진다. 정말 급하지 않는 이상 공중화장실을 이용하지 않고 참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불법촬영에 변형카메라가 무분별하게 사용되지만 이를 규제할 마땅한 법안은 없다. 21대 국회 이전까지 발의된 관련 법안들은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 들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불법촬영 카메라 유통 방지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 대해 남은주 대구여성회 상임대표는 "변형카메라를 판매하는 데 있어서 책임 소재를 물을 필요가 있다. 직장 내 성희롱, 아동 성상담 등 대부분 성관련 범죄엔 디지털이 결합돼 있다. 게다가 그것이 돈이 되기에 피해가 끊이질 않는다. 그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책임 소재가 법안에 담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