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들어 '이대남'과 '이대녀(20대 여자)'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그 뿌리는 인식 차이다. 여성은 성별에 따른 구조적 불평등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남성은 각종 여성 우대 정책 등으로 '역차별'을 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3월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46%는 '우리 사회는 여자가 더 살기 좋은 환경'이라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20대 여성은 5%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차별 당한다고 느끼는 '이대남'
'이대남'으로 불리는 20대 남성을 중심으로 '남성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성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제도 등으로 오히려 남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20대 남성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대남들은 장기적으로 여대 소속 약대·로스쿨 등 사회·교육 분야에서 남성에게 불리하게 설정돼 있는 구조를 없애고, 능력 중심으로 선발할 것을 주장한다. 여성도 군대를 의무적으로 가야 한다고도 한다.
심모(28) 씨는 "능력으로 뽑았는데 10명 중 여성이 다수라면 아무 말 안 하겠다"며 "남성이라는 성별 자체가 면접 등에서 유리하다면 이건 '블라인드'로 하면 된다"고 했다.
20대 남성들은 도대체 왜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걸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스무 살이 되는 시기에 남성들은 군대에서 2년을 보내야 한다. 남성들은 이를 '허비한다'고 느끼는데, 이 자체부터 불공정한 경쟁의 시작이라고 본다.
과거 세대처럼 여성이라고 대학을 입학하지 못 하는 등의 차별은 사라진 지 오래고, 현재 남성은 여성보다 2년 더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재섭(25) 씨는 "'대학을 일찍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 취업해 돈을 남들보다 먼저 버는 것'이 20대 또래에서는 성공의 척도"라며 "이것을 여성이 남성보다 2년 더 일찍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할당'까지 주는 건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남성도 여성 못지 않게 암묵적인 차별을 받고 살아왔다고 말한다. 어릴 때 남자가 울면 '남자가 왜 우냐'는 말을, 여성과의 다툼에서는 '네가 남자니까 참아라', '어떤 경우에도 남자가 여자를 때리면 안 되지만, 그 반대는 남자가 맞을 짓을 한 것', '남자는 여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라는 고정관념이 그 예라는 것이다.
김유현(29) 씨는 "이제껏 이런 말을 들으면, 궁금증이 생겨도 의문을 갖는 것조차 '남자가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니라고 은연중 느껴왔다"며 "고정된 성역할을 명백한 '차별'이라고 느끼고, 이제 남성들도 직접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남성이 겪는 차별과 여성이 겪는 차별은 동일선상에 둘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유성현(25) 씨는 "유리천장 등 여성의 사회경제적 차별을 뜻하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차별은 실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목소리 높이는 20대 남성들
이러한 배경 아래 '이대남' 현상은 '이준석 돌풍'으로 표출돼 이제는 정치권에서 '청년 담론'이 중심으로 떠올랐다. 20대 남성은 취업 문제와 집값 상승 등으로 여성 못지 않게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정권은 해법을 찾지 못하고, 되레 '역차별'로 비춰지는 정책을 양산한다고 이대남들은 보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공천 과정에서의 성별 할당제 폐지를 주장하는 등 파격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정책 제시를 하면서 '이대남'의 대변자로 부상했다.
우모(27) 씨는 "남성 징집, 여대 등 성별의 차이로 인해 파생되는 불공정을 입 밖으로 꺼내면 '일베'로 몰리는 황당한 경우도 있어서 20대 남성들이 이제껏 속으로만 계속 참아왔었다"고 말했다.
백모(26) 씨는 "우리도 챙기려면,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집단적으로 행동해야 쟁취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앞으로도 계속 온라인에서 이슈들을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남성들은 이준석 대표가 자신들을 대변해준다고 느끼면서 감정적으로 이입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대표를 옹호하는 글·댓글엔 '공감'의 표시가 많이 달리지만, 그렇지 않으면 '비공감'의 표시가 많이 달린다. 이에 대한 우려는 있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여성과의 대결 구도를 극화시켜서 자신들의지지 기반이 동원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잘 먹히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문제는 사회 전체로 봤을 때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이대남'이 '서울에 사는 일부 명문대 출신 20대 남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용어일 뿐이라는 얘기도 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대남 현상'이 모든 20대 남성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체는 없고 일부 집단의 얘기일 수도 있는데 크게 부풀려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대 남성은 수도권과 지방 등 서로 처한 상황과 생각이 다르다"며 "'힘듦'을 말하는 청년 개인에 주목해야지, 20대 남성과 20대 여성을 분리시켜 논의하면 사회문제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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