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에 직장을 둔 이모(34) 씨는 이달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이 완화되면서 걱정이 하나 생겼다. 직장 동료들이 "회식 한 번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제안해서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해 평소 회식 참석이 불편했던 이 씨는 코로나19로 사적 모임 인원이 제한되면서 보냈던 편한 나날이 사라지지는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이 씨는 "지난해 봄부터 술자리가 거의 사라지면서 건강도 되찾고, 피로감도 사라져 일의 능률도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그런데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다시 회식이 재개될 조짐을 보이니 솔직히 불안하다. 좋은 시절이 지난 것 같다"고 했다.
이달부터 비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직장마다 코로나19 탓에 지금껏 금지했던 회식을 재개하려는 분위기다.
20, 30대 젊은 직장인들은 "회식이 줄어들거나 없어진 것이 코로나19가 가져온 유일한 긍정적인 효과"라고 입을 모았다. 회식이 줄면서 자기만의 시간이 생기고, 이를 자기 계발의 시간으로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회사원 홍모(32) 씨는 "회식을 하지 않을 땐 '바디프로필' 사진까지 도전하려고 식단 조절까지 했다"며 "갑자기 회사 안에서 회식 이야기가 나오면서 지금까지 노력이 헛수고가 될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반면 50대 직장인들은 "조직의 소통을 다시 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며 회식의 부활을 반기고 있다. 한 중소기업에서 부장직을 맡은 김모(55) 씨는 "그동안 퇴근 후 바로 헤어지는 날이 많아서 아쉬웠는데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뭔가 딱딱했던 조직 분위기가 좀 더 부드러워질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직장 구성원들은 세대별 차이 뿐만 아니라 백신 접종 여부의 차이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예전과 같은 회식 문화를 강요하기 어렵고, 조직 구성원들도 감염 등에 대한 예방 문제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성급하게 회식 문화 부활을 시도하는 조직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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