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끊임없이 ‘피버팅’하라

이재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이재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이재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다양한 분야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과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경제적 혼란에 영향을 받은 기업들이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피버팅'(Pivoting)이라는 경영 전략이 최근 들어 더욱 각광받고 있다. 피버팅이란 본래 스포츠 용어로, 농구를 할 때 공을 잡은 선수가 상대 선수를 피하고자 한쪽 발은 고정한 채 다른 발만 움직여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에서의 피버팅은 회사의 기본적인 기술은 변하지 않은 채 사업 목표나 전략을 바꾼다는 의미로 사용되곤 한다.

민첩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스타트업 기업에 피버팅은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중요한 열쇠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의 철학은 지키면서, 시장의 상황이나 주요 고객층 등 주변을 정교하게 탐색해 방향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과거 경제는 '규모'가 중요했던 반면, 현재 경제는 '방향과 속도'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변화를 주저하고 경영전략을 수정하는 데 둔감하게 대응한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종종 의도하지 않은 상황을 통해 큰 기회를 얻곤 한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C랩 출신 스타트업 링크플로우㈜는 기존 레저용 카메라 시장에서의 문제점을 보완해 세계 최초의 넥밴드형 웨어러블 360°카메라를 개발했다. 레저 영역에서 시작한 링크플로우의 성장에 날개를 단 것은 의도하지 않았던 새 방향으로의 전환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산업보안용 분야에 뛰어든 링크플로우는 경찰이나 공공기관 근로자가 서비스 정당성을 확보하고 상대와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보디캠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상황과 맞물려 중국 우한의 원격진료 영역에서 활용되면서 소위 대박을 터뜨리게 되었다. 새로운 시장과 변화하는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며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가지게 된 것이다.

피버팅을 통해 영역 확장에 성공한 또 하나의 C랩 기업이 있다. 기저귀 발진 예방을 위해 기저귀의 습도를 알려주는 스마트 기저귀 센서 개발 스타트업 ㈜모닛이다. 가장 보편적인 영유아 기저귀 시장에서 센싱 기술을 먼저 선보인 모닛은, 출산율은 점차 줄어들고 노인 인구는 증가하는 사회적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기존 영유아 시장을 넘어 실버 시장을 적극 공략한 모닛은 배변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 환자들의 욕창 방지와 삶의 질 개선에도 도움을 주며, 현재 종합병원, 요양병원에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모닛은 향후 반려동물 영역에도 사업 확장을 준비하는 등 한 번의 피버팅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탐색하고 있다.

세상에는 '시장을 견인하는 기업'과 '시장이 견인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다. 전자는 기존에 없던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하며 시장을 이끄는 경우로, 애플이나 유튜브,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후자는 시장과 소비자의 필요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해 내는 경우로, 앞서 소개한 두 예시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급속도로 변하는 외부 환경에 따라 기존 사업 아이템을 바탕으로 사업의 방향을 보다 유리한 쪽으로 전환하며 성공의 기회를 잡는다.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해 미처 알지 못했던 더 큰 시장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제 피버팅은 위기 상황에서의 방향 수정만이 아니라, 조직 운영 전반과 기업의 성패를 이끄는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변화할지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뷰카'(VUCA·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의 첫 글자를 딴 신조어) 시대를 살고 있다. 정답을 찾기보다는 문제를 찾는 사람이 필요하고, 기존의 지식과 경험에서 탈피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예전 방식을 고집하는 대신 달라진 상황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대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도전하고, 시각을 바꾸고, 나아갈 방향을 끊임없이 조정하자. 앞으로의 시대를 살아갈 우리에게 피버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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