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문 밀려도 공장 못 돌려요" 제지업계 '호황 속 빈곤'…왜?

몇개월째 폐지 물량 모자라…코로나, 세계 택배수요 폭증
미·유럽 수출분 내수로 전환…골판지 가격 곧 인상 분위기
업계 "7~8월 제품 가격 인상 불가피할 듯"

지난달 서울의 한 복합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물품을 옮기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의 한 복합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물품을 옮기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로 택배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골판지 등 종이 포장재를 만드는 지역의 제지업체들의 제품 생산에 비상이 걸렸다. 원재료로 쓰이는 폐지 품귀 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폐지 재고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데다 급등한 가격에 해외 수급도 여의치 않아 골판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6일 지역 제지업계에 따르면 계속되는 폐지 수급 부족으로 공장 가동 시간을 단축하고 생산량을 줄이는 등 많은 제지업체가 기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 달성군 소재 제지업체 A사 대표는 "몇 개월째 국내 폐지 물량의 씨가 말랐다. 주문이 밀려도 폐지가 없어 공장 가동을 일부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해외에서 원재료를 수급하려는 시도도 해봤으나, 미국산 폐골판지(AOCC) 등 가격이 전년 대비 80%나 올라서 포기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폐지 품귀 현상이 길어지는 이유가 폐지 수입·수출 불균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제지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4월 폐지 수출량은 7만2천700t으로 1월(3만1천600t) 대비 두 배 이상 이상 늘었다. 반면 수입량은 10만2천500t에서 4월 8만1천800t으로 약 20% 감소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 지역 제지업체에 폐지를 공급하는 태웅자원 박경순 대표는 "코로나19 전만 해도 국내서 발생한 폐지도 다 소화하지 못해 남아도는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폐지업체들도 평균 보유한 폐지 재고가 1~2일치로 매우 저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택배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라며 "미국, 유럽 등 주요 폐지 수출국이 기존 수출량을 내수용으로 돌려 전 세계적인 폐지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때문에 해외 바이어들이 비교적 가격이 싼 한국 폐지를 대량으로 매입하는 등의 연쇄효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제지업계는 앞으로의 상황도 부정적으로 전망하며, 원재료 가격 부담이 계속될 시 골판지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역 제지업체 B사 관계자는 "폐지 공급 부족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져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업체가 다수 생기고 있다"며 "설상가상으로 물에 젖으면 재활용이 어려운 폐지의 특성상 장마 기간에 수거량이 크게 줄어든다. 때문에 업계에선 7~8월에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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