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리뷰 '제8일의 밤'

영화
영화 '제8일의 밤'의 한 장면

'제8일의 밤'(감독 김태형)이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했다.

원래 극장 개봉을 위해 제작했지만, 넷플릭스가 구입해 지난 주 전 세계에 공개했다. 제작사는 흥행의 부담을 덜었고,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를 하나 더 추가했으니 만족스러운 거래라 할 수 있겠다. 관객 또한 마찬가지다. 집에서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 볼 수 있기 때문이고, 플레이어의 기능을 통해 빨리 감아볼 수도 있고,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 관람을 중단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제8일의 밤'은 한국형 오컬트 영화다. 오컬트는 초자연적인 악령을 바탕으로 한 심령 공포영화로 '사바하'(2019), '곡성'(2016)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2천500년 전, 인간을 괴롭히려는 요괴를 '붉은 눈'과 '검은 눈'으로 나눠 봉인해 땅에 묻는다. 그런데 붉은 달이 뜨는 밤, '붉은 눈'의 봉인이 풀리고 7개의 징검다리를 건너 '검은 눈'을 찾아간다. 마지막 제8일의 밤, 둘이 하나가 되면 인간 세상은 어둠과 고통만이 존재하는 지옥이 된다.

영화의 기본 설정이다. 인간을 제물 삼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거대해지는 요괴와 마지막 징검다리를 없애야 하는 퇴마스님의 과제가 제8일이라는 타임라인에 올라타는 제법 긴장감 넘치는 시놉시스다.

이를 끌어가는 캐릭터가 퇴마 스님 선화(이성민)와 묵언 수행자 청석(남다름)이고, 마지막 징검다리가 될 처녀보살과 경찰 2명이 여기에 가세한다.

영화
영화 '제8일의 밤'의 한 장면

그러나 '제8일의 밤'은 외피는 그럴 듯하지만 오컬트영화가 가져야 할 악령의 공포와 미스터리가 설익은 영화가 되고 말았다. 공포영화가 공포스럽지가 않으니 말이다.

우선 그럴 듯한 설정부터 '사바하'나 '곡성'과 결이 다르다. 인간세상을 지키기 위해 부처님이 요괴를 봉인했다는 설정은 다분히 서양식 창작이다. 불교적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붉은 눈'이 인간의 몸을 징검다리 삼아 전이하는 설정은 '신체 강탈자의 침입'(1956) 등을 비롯해 할리우드 영화들이 즐겨 쓰던 바디 스내처의 클리셰다.

악령의 기운을 검은 연기로 CG처리 하는 등 전반적인 묘사의 수준이 한국형 오컬트 영화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양식이다. 그러다보니 관객이 몰입할 수준의 공포나 스릴을 건져 올리지 못하고, 독창적이거나 색다른 맛을 주지도 못한다.

여기에 내러티브도 템포를 조절하지 못해 강약과 이완의 긴장미마저 놓치고 있다. '붉은 눈'이 저지르는 살인은 무의미한 반복이고, 과거의 번민을 이겨내지 못해 속세로 내려와 공사장 노무자로 일하고 있는 선화와, 돌아가신 노스님의 유언을 들고 찾아온 청석의 만남은 지나치게 지루하고 상투적이다. 둘의 인연이 남다르지만, 이를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부자지간의 뜨거운 정으로 끌어올려야 하지만 실패한다.

끔찍한 변사체가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등장하는 형사의 캐릭터도 신선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선임인 호태(박해준)는 사사건건 후임을 갈구고, 후임인 동진(김동영) 또한 전전긍긍하는, 뻔한 한국 경찰물의 전형성을 보여준다.

이성민 배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온 몸을 던져 뛰고 달리지만, 혼자 이를 커버하기에는 무리다. 애란 역의 김유정 배우도 제 무게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만 징검다리 중 하나인 여고생 단역이 희번득 웃는 장면은 그 중에 건진 색다른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
영화 '제8일의 밤'의 한 장면

감독은 인간의 인연과 번뇌의 고통을 오컬트를 통해 그려지기를 바란 듯하다.

선화와 청석, 호태와 동진이 모두 옛 인연의 끈으로 엮여 있고, 선화와 노스님 하정(이얼), 애란의 존재 또한 그 끈을 피해가지 못한다. 옆으로 누운 '8'이 무한대를 형상화한 것은 불교의 윤회처럼 질기고 질긴 그들의 인연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을 관객에게 개연성 있게 전달해주지 못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제8일의 밤'은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고,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밤새 준비했지만, 결국 시간이 없어 완성하지 못한 과제물 같은 영화다. 시나리오를 손보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115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