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섬유 CEO] <3> 윈텍스 고인배 대표 "통기성·탄력성 뛰어난 '메쉬 페브릭' 돌풍"

세계에서 두 번째로 ‘엘라스토머' 활용한 메쉬 페브릭 양산 성공
사무용 의자, 신발, 자동차용 시트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
"1천 종류 이상 메쉬 원단 생산 가능…다품종 소량 생산만이 살 길"

고인배 윈텍스 대표가 자사가 개발한 특수 직물인
고인배 윈텍스 대표가 자사가 개발한 특수 직물인 '서스펜션 메쉬 페브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중언 기자

섬유산업의 본고장 대구경북에는 독보적 기술력을 자랑하는 스타 섬유기업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글로벌 강소기업'에 이름을 올린 '윈텍스'도 대구경북의 주목받는 섬유기업이다.

윈텍스는 통기성과 탄력성이 뛰어난 특수 직물인 '서스펜션 메쉬 페브릭(Suspension Mesh Fabric)'을 앞세워 국내 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메쉬 페브릭은 구멍이 송송 뚫린 기능성 직물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3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엘라스토머(Elastomer)' 소재를 활용한 메쉬 페브릭 양산에 성공했다.

지난 2015년 인천에서 경북 구미로 본사를 이전한 윈텍스는 자사의 직물을 가구나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신발, 자동차 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는 중이다.

고인배 윈텍스 대표는 "고객이 원하는 형태의 직물을 언제든 생산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한다. 끊임없이 변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만이 섬유 산업의 살길이라고 강조하는 고 대표를 구미 제2공단에 있는 윈텍스 본사에서 만났다.

-윈텍스가 만드는 서스펜션 메쉬 페브릭은 어떤 직물인가?

▶우리 직물은 쉽게 가공할 수 있는 플라스틱의 성질과 탄성이 좋은 고무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합성수지인 엘라스토머를 소재로 한다. 특유의 성질 때문에 건물 방음재, 자동차 범퍼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많이 쓰이는 소재다. 이 엘라스토머를 원사(실)로 압출해 한 올 한 올 꼬아 만드는 레노(Reno) 방식으로 직조한 것이 우리가 생산하는 메쉬 페브릭이다. 지난 2003년부터 세계서 두 번째로 엘라스토머로 메쉬 직물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비슷한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성능과 디자인 등 모든 부분에서 우리 제품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해당 시장에 발 빠르게 진출하게 된 계기가 있나?

▶2000년 미국의 유명 가구기업인 '허먼밀러'를 방문했는데, 우연히 메쉬 소재를 활용한 의자를 보게 됐다.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다. 귀국한 뒤 방사 공장, 직물 공장의 기계를 장기간 임대해 개발에 몰두했다. 당시에는 모두 나보고 미쳤다고 했다. 엘라스토머를 실로 뽑기도 어려울뿐더러, 이를 엮여 직물로 만들기는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그야말로 미지의 분야였다. 그러나 2년간의 노력 끝에 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지금은 과거 영감을 줬던 허먼밀러를 우리 고객사로 둘만큼 성장했다.

-어떤 분야에서 쓰이고 있나?

▶통기성과 복원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주로 사무용 의자의 등받이 원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시디즈', '듀오백' 등 국내 유명 의자가구 업체의 메쉬 소재 의자는 전부 우리 제품을 쓰고 있다고 보면 된다. 뿐만 아니라 '아이더', '프로스펙스' 등 의류 브랜드와 손잡고 다양한 종류의 신발을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오는 9월에는 글로벌 스포츠 웨어 브랜드와 협업해서 개발한 메쉬 소재 운동화가 출시된다.

-앞으로의 미래 먹거리도 다양할 것 같은데.

▶물론이다. 현재 관심을 두고 있는 신규 진출 분야는 자동차 내장재다. 엘라스토머는 기존 자동차용 시트 소재인 폴리우레탄(PU)의 10분의 1 수준의 무게를 자랑한다. 더욱이 메쉬 직물로 통풍성도 우수하기 때문에 경쟁력은 확실히 갖췄다. 현재는 국내 완성차 제조업체와의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

-수출 성과는 어떤가?

▶전체 매출의 70% 정도가 수출에서 발생하고 있다. 2006년에 중국에 첫 수출을 시작했고 이후 미국, 동남아 등지로 활동영역을 넓혔다. 작년에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는데 다행스럽게도 사무용 의자와 신발 시장이 살아나며 한숨 돌렸다. 현재는 평년의 80% 수준으로 회복했다. 다만 코로나 유행 정도에 따라 상황이 다시 바뀔 수도 있어서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섬유산업이 다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기업들은 어떻게 움직여야 하나?

▶결국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 본다. 아직도 섬유는 대량 생산의 산업이고 규모의 산업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중국, 베트남에 가격 경쟁력이 밀리는 현 상황에서 이는 옛날이야기다. 요즘 세상은 개인의 취향과 기호에 부합하는, 맞춤형 상품을 선호한다. 때문에 윈텍스는 고객이 원하는 원사 종류부터 제직·가공 방식을 최대한 구현할 수 있는 생산설비를 갖추고 매년 매출액의 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는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를 성공적으로 구축했으며 1천 종류 이상의 다양한 메쉬 원단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최근 기업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대체공휴일법 등 기업을 옥죄는 법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노동집약적인 섬유업계 입장에서는 더욱 기업을 경영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 셈이다. 산업 현장의 목소리도 귀 기울여 들어주길 바란다.

-올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뽑혔다. 앞으로의 목표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자는 윈텍스의 신념이 통했다고 본다. 앞으로도 고객들이 원하는 디자인, 원하는 기술적인 특성이 있다면 즉시 연구에 착수해서 요구사항을 충족할 것이다. 이것이 윈텍스의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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