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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모 절차도 없이 서울로 간 ‘이건희 미술관’, 재선정하라

정부가 (가칭)'이건희 미술관' 후보지를 서울 2곳(국립중앙박물관 용산 부지,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송현동 부지)으로 압축했다. 대구시를 비롯해 전국 30여 개 지방자치단체가 유치를 희망했지만 배제하고 서울을 선택한 것이다.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이 지난 4월 문화재와 미술품 총 2만3천여 점을 기증하고, 정부가 '별도의 전시 시설' 건립 의지를 밝힌 이래, 대구시와 시민들은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건희 미술관' 건축비 전액 대구시 부담, 이건희 헤리티지센터 건립 등 파격적인 제안도 냈다. 대구가 지닌 삼성 역사 공간 및 스토리와 '이건희 미술관'을 연계하고, 이를 통한 이건희 철학과 삼성 도전 정신의 계승·발전 청사진도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했다.

문체부는 대구시를 비롯한 지방 도시들의 이런 청사진을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에 전달하기는 했는가. '위원회'는 지방 도시들이 제시한 청사진을 검토했는가. 유치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충북 위원 1명 외에 전문가 위원 모두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지방 의견 수렴을 위한 통로나 소통이 전무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아예 지방을 제외하고, 수도권에서만 후보지를 물색한 것 아닌가.

황희 문체부 장관은 '위원회'가 4대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후보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4대 기본 원칙은 무슨 근거로 만든 것인가. 지방을 배제하기 위한 '꼼수' 아닌가. 당초 6월 또는 7월에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 건립 기본 계획'을 밝히겠다더니, '공모 절차'도 없이 서울 2곳을 후보지로 발표하는 걸 수긍해야 하나. 중앙정부가 마음대로 결정하면 극심한 문화 격차, 경제 침체에 시달리는 지방은 묵묵히 따라야 하는가.

'이건희 미술관' 후보지를 서울 2곳으로 압축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극단적 수도권 중심 주의, 편의주의, 당장의 편익만 고려하는 근시안적 정책의 결과물이자 막대한 국익 손실 행위이다. 이번에 압축한 두 서울 후보지를 철회하고, 새롭게 공모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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