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7일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 건립'(가칭) 후보지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부지와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송현동 부지 등 2곳으로 발표하자 '졸속 결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문체부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기증품을 한 곳에서 전시하는 기증관 건립 계획 등을 담은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지난 5월 중순부터 두 달여간 '국립 이건희미술관(이하 이건희미술관) 대구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대구시와 지역 문화예술계 및 시민단체들은 허탈감과 함께 수도권 중심의 부지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건희미술관 유치를 위해 2천500억원의 건립비용 전액을 부담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던 대구시는 문화분권과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한 문체부의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면서 '이건희 소장품관' 입지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이날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의 입지를 서울로 결정한 것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채 부시장은 이어 "영남권 5개 자치단체장이 합의하고 요구한 대로 '비수도권 대상 공모'를 통해 대상지를 다시 선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후보지 결정 과정에서 비수도권 국민들의 의견이 철저히 배제된 것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문체부가 이번 방안을 내놓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 구성원 7명 중 6명(1명은 충북)이 서울에서 활동 중인 인사여서 위원 구성의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이들 위원들은 정책 결정에 대한 차후 책임 소재가 없는 신분이다.
채 부시장은 "비수도권 지역민들의 염원은 또다시 무참히 꺾였고 온전한 문화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의 실현은 요원해졌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국립현대미술관 3개 전시관 중 서울 2곳, 과천 1곳 등 모두 수도권에 모여 있는 상황에서 다시 국립미술관 인프라를 서울에 건립하는 것은 균형발전 정책기조에 역행하는 것임은 물론 문화시설 집중의 병폐가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 정치권도 문체부 결정에 대해 "비수도권 주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빼앗는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승수(대구 북을) 국민의힘 의원은 7일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을 당장 철회하고 차기 정부가 투명하고 공정한 공모과정을 통해 입지선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문체부는 계속 공식 답변을 회피해오다 희망 지자체들을 상대로 한 그 어떤 공모 절차도 없이 철저하게 지방을 배제한 가운데 후보지를 서울지역 2곳으로 결정했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공평한 문화향유를 갈구하는 비수도권 2천800만 국민을 완전히 짓밟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번 결정을 "문재인 대통령과 문체부가 자초한 지자체 간 과열 경쟁을 입막음하고 내년 대선을 고려한 정치적 꼼수"라며 "문 정부의 지역균형발전과 공평한 문화향유 기회 제공 의지가 전혀 없다는 걸 확실히 재확인했다"고 맹공했다.
대구 문화예술계도 문체부 발표에 대해 '전격 무효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점찬 대구미술협회장은 이날 오후 '이건희 소장품관 활용방안' 발표에 대한 성명을 내고 "대구 미술인 전체는 문체부 황희 장관의 발표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전격 무효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구미협은 문체부가 발표한 이건희 기증품 활용에 관한 4가지 기본원칙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부의 '국민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국가기증의 취지 존중과 기증의 가치 확산' 원칙에 대해서는 '소중한 공공의 역사적 자산은 모든 국민이 고루 누려야 한다'며 반박했다. ▷'문화적 융·복합성에 기초한 창의성 구현'과 관련해서는 자치와 분권을 강조하는 문 정부 방침과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전문 인력 및 국내외 박물관과의 협력 확장성'에 대해서는 '지방에서 활동하는 많은 미술 연구가와 해당 인력의 전문성을 폄하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문화적·산업적 가치 창출을 통한 문화강국 이미지 강화'와 관련해선 '지역 문화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립 이건희미술관 대구 유치를 위해 서명운동과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추진단도 수도권 건립 즉각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8일 오전 대구시의회에서 열 예정이다.
한편 문체부는 지난 4월 고 이건희 회장의 유족 측이 문화재와 미술품 2만3천여 점을 기증함에 따라 활용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별도 전담팀과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를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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