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8구 오페라역 앞에 네오클래식 양식의 프랑스 국립오페라 극장 '오페라 가르니에'가 장엄한 모습을 드러낸다. 프랑스인들은 오페라를 대중음악처럼 즐긴다. 오페라에 나오는 노래들이 대중가요 차트 상위에 오를 만큼 사랑받는다. 1875년 완공한 '오페라 가르니에'에 이어 제2의 오페라 극장이 필요하다는 여론 아래 현대식 오페라 극장이 새로 들어섰다. 바스티유역 앞에서 탐방객을 맞는 바스티유 극장이다. 1789년 발발한 프랑스 대혁명 200주년 기념으로 1989년에 완공됐다. 나흘 뒤면 7월 14일이다. 1789년 7월 14일 파리 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해 무기를 탈취하며 프랑스 대혁명의 불길이 타올랐다. 바스티유 극장은 바로 그 감옥 자리에 만든 민주혁명의 상징이다.
루이 16세는 세금을 올리기 위해 6대조 할아버지 루이 13세 때인 1615년 이후 한 번도 개최한 적이 없는 의회를 1789년 5월 5일 소집했다. 1부 성직자, 2부 귀족, 3부 평민 대표로 구성되는 독특한 의회, 삼부회다. 174년 만에 열린 삼부회의 3부 평민 대표들이 신분제 의회를 타파하고 영국처럼 단일 의회 헌법을 만들자면서 7월 9일 헙법제정의회로 이름을 바꿨다. 이에 놀란 루이 16세가 군대를 동원하자 7월 14일 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 습격으로 맞선 것이다. 8월 26일 헌법제정의회는 라파예트 등이 기초한 '인권선언'을 채택했다. 계몽사상에서 꽃핀 '인권선언'의 핵심은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고, 주권이 국민에 있으며, 사상의 자유를 갖는다는 점이다. 이때 나온 자유(Liberte), 평등(Egalite), 박애(Fraternite)는 지금도 프랑스의 3대 공화국 정신이며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신조로 떠받들어진다.
1791년 9월 프랑스 헌법을 선포한 뒤, 입헌군주제를 실시한 입법의회에서 왕의 권한을 어디까지로 정할 것인가의 문제를 놓고 의원들 간 편이 갈렸다. 왕의 권한을 강하게 유지하려는 보수 푀양파는 의장이 바라볼 때 의사당 오른쪽, 왕의 권한을 최소화하려는 개혁 지롱드파는 왼쪽에 앉았다. 프린스턴대학 프랑스 역사 교수 데이비드 A. 벨은 2019년 9월 12일 타임지 인터뷰에서 왕의 권한을 놓고 갈라진 의원들 의석 점유에서 좌파, 우파의 개념이 생겼다고 말한다. 1792년 9월 23일 공화국을 선포하며 입법의회를 대신한 국민공회에서 예전 개혁 세력 지롱드파는 보수온건파가 돼 의사당 오른쪽, 새롭게 급진파가 된 산악파(Montagnards·원형 강의실처럼 뒤로 높아지는 의사당 뒷줄에 앉아 붙은 이름) 중심의 자코벵파가 왼쪽에 앉으며 좌우 개념이 확고해졌다. 당시 좌익 자코벵파가 콩코르드 광장에 단두대를 설치하고 반대파를 잔혹하게 처형하는 공포정치를 실시한 것은 널리 알려진 대로다. 전 세계로 퍼져 나간 좌우 개념은 20세기 초 소련에서 볼셰비키 공산혁명이 터지면서 좌파는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우파는 민족주의 이념의 옷을 더 입었다.
한국에서 좌파는 진보, 우파는 보수, 더불어민주당은 좌파, 국민의힘은 우파인가? 신평 전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처럼 좌우 개념보다 기득권이냐 아니냐의 기준으로 보면 한국 사회의 민낯이 더 정확하게 드러난다. 공정과 상식을 파괴하는 세력이 진보의 탈을 쓰고 민주주의를 참칭하는 위선의 시대. 더 이상 230년 묵은 좌파, 우파라는 철 지난 잣대로 정치 세력을 재단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법치를 존중하며 실용적으로 민생을 보듬는 오직 '국민파' 자유민주주의 세력이 누구인지 냉철하게 가려내는 성숙한 잣대가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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