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농업은 과학이다

신용습 경상북도농업기술원장

신용습 경상북도농업기술원장
신용습 경상북도농업기술원장

'인공지능(AI)이 농부를 이겼다.'(Artificial intelligence beats grower in Autonomous Greenhouse Challenge 2019/2020) 세계 최고 수준의 농업과학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연구소(WUR)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뉴스 타이틀이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처럼 인류 문명의 집약체인 농업에서 인간과 Al 중 누가 농사를 잘 지을까? 이런 물음에 답하기 위해 열린 세계 농업 Al 대회는 중국 게임업체 텐센트가 후원하고 바헤닝언대학&연구소가 주관했다. 방울토마토를 대상으로 한 3개월간의 경쟁에서 5개 Al 팀 모두가 농사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농부를 이겼다.

특히 이산화탄소와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Al 전략을 잘 운영한 팀이 우수한 품질의 토마토를 가장 많이 생산해 순수익과 지속가능성 등의 채점 기준에 높은 점수를 받아 우승했다.

이산화탄소와 빛의 양, 물과 양분의 공급 등 작물 생산과 핵심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 광합성에 영향을 미치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가장 중요하며 이를 관리하는 역량이 생산성과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1950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멜빈 캘빈 교수가 식물이 이산화탄소와 물을 재료로 해서 빛을 받으면 포도당과 같은 유기 분자를 만드는 핵심 경로를 밝히면서 농업을 포함한 생물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졌다.

최고 수준의 시설재배 기술을 보유한 네덜란드도 토마토 등 주요 농산물의 광합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해 왔다. 유리온실에서 탄산시비(광합성을 높이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공급하는 것)와 보광등을 설치해 일조 부족을 해결하고 센서를 이용,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했다.

우리나라도 농업과학이 발달해 1980년대 백색혁명을 시작으로 겨울철에도 과일과 채소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면 경북도에서 약 90%가 생산되는 대표 과일인 참외는 필자와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연구원들이 빛을 잘 투과하고 보온력이 좋은 PO 필름(Polyolefin film)과, 탄산솔과 같이 농가에서 사용이 쉬운 이산화탄소 공급 등의 광합성 증진 기술을 개발·보급해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경상북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기술로 태양에너지를 참외 농사에 충분히 이용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식물의 실시간 생장 평가 시스템과 생육 모델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약 560GWh의 태양에너지가 참외 생산에 이용됐고 1만8천750GWh는 식물의 증산을 통해 수증기로 배출됐다. 태양 빛을 이용해 국민의 먹거리를 만들고 공기를 시원하게 만드는 천연 발전소 역할을 한 셈이다.

더욱이 지금보다 약 2배 많은 40만t까지 참외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까지 연구 성과로 참외 생산의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이산화탄소, 물, 빛과 같은 핵심적인 요소에 대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밀히 제어할 필요가 있다. 이 일에 AI가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농업은 기술혁신과 시스템의 변화 없이 생존할 수 없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경북도는 참외, 오이, 딸기 등 시설재배 주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농업 분야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스마트 온실을 구축하고 광합성에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 수집, 인공지능 기반 환경 제어 등 디지털 농업으로 전환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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