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유교랜드 맡을 업체, 어디 없나요?'라는 제목의 기사(매일신문 7월 5일 자)를 읽고 마음이 불편했다. 수백억 원의 세금을 들여 지은 시설의 낭비는 물론이고 유교(儒敎)라는 소중한 전통마저 손가락질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유교와 관련이 깊은 경북과 대구의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년 전 경북 안동문화관광단지에 있는 유교랜드를 둘러보고 씁쓸했다. 입장료(9천원)를 돌려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였다. 도대체 이 거창한 시설은 유교의 어떤 정체성(正體性)과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스러운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런 유교랜드가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어 위탁운영자를 찾지 못한다는 소식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2013년 개원 이후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탓이 크다.
홈페이지에는 유교랜드를 '한국 정신문화의 뿌리인 유교문화를 체험하여 어려운 유교문화를 즐기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유교를 어렵다고 하는 것 자체가 유교를 피상적으로 이해한 수준이다. 유교는 보통 사람의 일상을 가장 중요한 바탕으로 삼는다. 위탁운영을 하는 경북도문화관광공사는 손을 떼려 하고 민간 운영자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혈세 갉아먹는 애물단지'라는 부끄러운 지적도 많다.
체험 코스는 16세기 안동으로 시작한다. '물질주의가 팽배하고 윤리가 무너지는 21세기를 구원하는 해답을 16세기 조선시대 마을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유교를 내세워 이처럼 낡고 공허하고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사람들에게 수백 년 전의 가치관을 강요하다시피 한다. '유교 탈레반' '유교 걸&보이'처럼 유교를 혐오하고 조롱하는 말이 등장하는 이유도 유교에 대한 얕은 이해 때문이다. 왜 유교랜드여야 하고 기독교랜드, 불교랜드, 천주교랜드는 아닌지 안동시는 설명할 수 있는가?
올해 1월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에서 유교가 동네북(punchbag)이 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국내 언론에 소개됐다. 유교가 한국 사회의 온갖 병폐를 낳고 지탄받는 원흉이 되고 있으며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찾아보니 첫 문장이 놀랍게도 안동의 유교랜드 이야기였다. 지난해는 한 대학 교수가 유교랜드를 방문한 소감을 신문에 실었다. 이곳은 유교의 본디 모습이 아니라 현대 한국이 만든 가짜 유교를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유교랜드를 계속 운영하려면 유교에 대한 이해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 유교는 고리타분한 옛 도덕을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사상이나 문화가 아니라 보통의 일상을 소중히 가꾸는 중용의 가치라는 점 등을 공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안동 도산서당은 퇴계 이황의 삶과 사상이 녹아 있는 곳이다. 퇴계는 이 달팽이집 같은 작은 공간에서 유교의 정수를 꽃피웠다. 도산서당보다 500배나 더 큰 유교랜드는 오히려 유교를 훼손하는 것 아닌가.
공자와 논어가 오랫동안 많은 사람의 호감을 받는 이유는 소박하고 개방적이며 활기찬 모습으로 일상을 끊임없이 성장시키는 노력을 보여주는 데 있다. 유교랜드가 사람들의 관심과 호감을 얻으려면 유교의 상징인 공자와 퇴계의 삶을 통해 지금 시대와 무엇을 어떻게 소통해야 바람직한지부터 성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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