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하는 버리고 5 이상은 한 단위 높은 자리로 올려 계산하는 사사오입(四捨五入·반올림)은 상대성이론, 양자론과 함께 현대 과학의 3대 발견인 '카오스이론'을 탄생시켰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에 의해서다.
로렌츠는 1961년 기상 변화의 패턴을 찾고 있었다. 이를 위해 미리 출력해 두었던 기상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해 계산 결과를 초기값과 비교했다. 이를 반복할수록 새 데이터와 초기값의 격차가 계속 벌어져 나중에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1천분의 1 정도의 오차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초기값에서 소수점 이하 넷째 자리를 사사오입한 때문이었다.
2년 뒤 로렌츠는 이런 현상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서 로렌츠는 "갈매기의 날갯짓 한 번이 기후를 영원히 바꾸기에 충분하다"는 표현을 썼다. 1972년에는 이 표현을 '브라질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는가'로 바꾼 제목의 강연을 했다. 여기서 '사소한 사건이 대형 사건을 만들어 낸다'는 뜻의 '나비 효과'라는 표현이 생겨났다.
한국 정치에서 사사오입은 부끄러운 역사를 남겼다. 1954년 11월 27일 2차 헌법 개정, 이른바 '사사오입 개헌'이다. 자유당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집권 연장을 위해 초대 대통령의 중임 제한을 없애는 내용이다. 표결 결과 찬성 135표로 가결 정족수(재적의원 203명의 3분의 2 이상) 136표에 미달돼 개헌안은 부결됐다.
하지만 자유당은 다음 달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203의 3분의 2는 135.333…인데 0.333…은 0.5 이하로서 수학의 사사오입 원칙에 따라 버릴 수 있으므로 203명의 3분의 2는 135명"이라고 우겼고 이후 개헌안은 통과됐다. 헌법이 정한 기준선(135.333)보다 작은 수(135)를 가결 요건으로 둔갑시킨 희대의 꼼수였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종부세법 개정안이 말썽이다. 공시가격 상위 2% 주택에 종부세를 매길 때 억 단위 미만은 사사오입해 계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 상위 2% 기준선의 억 단위 미만 액수가 5천만원 미만이냐 초과하느냐에 따라 상위 2%에 들지 못해도 종부세를 내거나 2%에 들어도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게 됐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블랙코미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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