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포르쉐 의혹’ 박영수 특검 사표…무너진 지도층 윤리 의식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가 사의를 밝혔다. 박 특검은 사기 혐의로 구속된 수산업자 김모 씨로부터 포르쉐 차량을 제공받고 대게·과메기를 받은 의혹이 제기되자 사표를 냈다. 그는 "(포르쉐 렌트비) 250만 원을 김 씨에게 전달했다"고 했지만 차를 빌린 지 3개월이 지난 뒤 돈을 지급한 것이어서 해명이 석연치 않다. 누구보다 엄정해야 할 특검으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될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박근혜 정부를 국정 농단 사건으로 단죄했던 박 특검이 사기꾼과 엮여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을 처지가 된 것은 얼굴을 들 수 없는 일이다.

박 특검을 비롯해 1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김 씨의 로비 가지는 정치권, 검·경찰, 언론계, 학계 등 전방위로 뻗어 있었다. 경찰 수사에서 사회 지도층이라는 인사들의 부끄러운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겉으로는 청렴을 들먹이는 인사들이 속으로는 부패와 비리로 곪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경찰은 김 씨가 금품을 전달했다고 의심되는 20여 명의 명단을 확보해 대가성이 있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이들 인사들은 김 씨를 서로 소개해 주고 고급 시계, 렌터카, 골프채 등을 제공받고 접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기꾼 김 씨가 인맥을 확장하는 데 이들 인사들이 힘을 보태주고, 그의 사기 행각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됐다. 범죄를 감시·견제해야 할 지도층의 책무와는 배치되는 행태다.

김 씨로부터 물품을 받은 인사들은 대가성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기꾼으로부터 물품을 받았다는 자체만으로도 도덕성과 윤리 의식에 문제가 드러났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 없이 1회 100만 원 또는 한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수사를 통해 엄벌하는 게 마땅하다. 김 씨가 가로챈 돈이 정·관계 등으로 흘러들어 갔는지도 수사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지도층의 도덕 불감증을 되돌아보고, 청렴 사회로 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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