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득 동네책방] <28>럼피우스의 책장

육아맘 고충 '척척석사'에 상담 받아보세요…8년 심리상담 경력으로 책방 열어
초보 엄마와 책 통해 연대감 형성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동네책방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동네책방 '럼피우스의 책장'. 김태진 기자

대구 수성구의 수성대 북동쪽에 보면 만촌종합시장이라는 곳이 있다. 이름만 남아있지 왁자지껄한 시장 기능은 퇴색한 곳이다. 그래도 한때 융성했던 장터거리 분위기가 남아있는 건 식당 등 여남은 상가들 덕분이다. 이런 곳에 '심리상담책방'이라는 다소 이색적인 공간이 올해 4월 생겼다. 크지 않은 면적의 이 동네책방의 이름은 '럼피우스의 책장'이다.

'심리상담'을 열쇳말로 삼은 책방지기 이재인(36) 씨는 경력이 단절되는 게 아까웠던 8년 상담 경력의 '척척석사'(박사 수료생을 지칭하는 말)였다. 그는 아이를 키우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고 자신이 해온 심리상담과 책을 결부시켰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동네책방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동네책방 '럼피우스의 책장'. 김태진 기자

"육아에 어려움이 있는 주부들을 겨냥해서 문을 열었어요." 코로나 시국이었음에도 문을 연 것은 자기 내면에 충실한 판단이었다. 지금 나가지 않으면 경력 단절 기간이 더 길어진다는 불안감에서였다. 무엇보다 자신도 모르게 들어주는 자세가 아닌 가르쳐주려는 사람의 모습이 돼가고 있었다고 했다.

"상담은 조언이 아니거든요." 초보 엄마들, 주부들과 어깨동무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특히 육아에 힘겨워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잘 풀어내지 못하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했는지마저 잊어버리는 사례들에 안타까워했다. 책을 통한 '라포르(Rapport, 신뢰 관계를 뜻하는 용어. 주로 의사와 환자 사이에 사용된다.)'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 봤다. 동질적 연대감은 독서모임으로도 엮였다. '엄마의 첫 심리공부'라는 책으로 6명이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동네책방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동네책방 '럼피우스의 책장'. 김태진 기자

이곳의 기본적인 정체성은 '심리상담책방'이었다. 자연스레 심리상담 의뢰가 들어온다고 했다. 책방지기 이 씨는 심리상담에 대해 뼈있는 조언을 했다. "심리상담이라면 상담자가 능수능란하게 마법처럼 척척척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은 피상담자 스스로가 말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깔았다.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게 상담의 정상적인 영역이라는 것이었다.

상담 결과는 책으로 자동 연결된다. 만병통치약까진 아니지만 심리상담책방에서 약처럼 처방되는 책으로는 '아무튼 시리즈', '당신이 옳다' 등이 꼽힌다.

짐작했겠지만 책방 이름은 그림책 '미스 럼피우스'에서 왔다.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만들려는 소녀 엘리스의 성장 이야기, 사람들의 비웃음에도 아랑곳 않고 온세상을 루핀꽃으로 채우는 이야기는 어디선가 누군가의 다른 버전으로 진행중일 터였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만촌역보다는 담티역에서 좀더 가깝다. 월~목 운영한다. 오전 10시 30분에 문을 열고 오후 3시 30분에 닫는다. 문의) 010-9370-9553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동네책방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동네책방 '럼피우스의 책장'.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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