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인천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33년 넘게 대구경북에 머물며 인재 육성에 매진해왔다. 살아온 해의 절반 이상을 대구경북에서 보낸, 사실상 지역 출신인 셈이다.
제 10대, 11대 대구대 총장을 지낸 홍덕률 한국사학진흥재단(이하 사학재단) 신임 이사장이 지난달 14일 취임했다. 2014년 대구 동구로 이전한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지역 출신 이사장을 맞은 것은 처음이다.
지난 8일 집무실에서 만난 홍 이사장은 지역사회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약속하는 한편, 총장 출신으로서 지역 사립대의 어려운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부담이 크다고 운을 뗐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늦었지만 취임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업무 파악 등으로 무척 바쁘게 한 달을 보냈다. 취임 이후 전·현직 총장 등 많은 분들이 축하 인사를 전해왔다. 대부분 인사와 함께 학교가 처한 어려움, 위기를 호소했다. 어떻게 도울 수 있을 지 해법을 찾아야한다는 부담에 마음이 무겁고 부산했다.
학령인구 급감과 4차산업혁명, 코로나19 등으로 교육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학이 미래 준비보다 당장의 생존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중차대한 시기에 사립학교의 발전을 이끌어야 하는 자리에 서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어려움을 겪는 사립학교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될 수 있도록, 나아가 급변하는 시대에 학생들이 미래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취임하며 염두에 둔 조직 운영 철학은.
▶재단이 미래 교육을 선도하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몇가지 운영 방침을 생각하고 있다.
첫째, 일선 사립학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발굴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학교와 직접 소통하며 그들이 직면한 고충과 애로를 파악하고, 교육정책으로 수렴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처럼 현장에서 사학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소통하며, 그와 관련한 정책이 교육부와 국회를 통해 입안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
둘째, 앞서 말했듯 교육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를 통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학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와 교육혁신을 이끌고 뒷받침하는 재단으로 가꿔나갈 생각이다.
셋째, 모범적인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친환경·사회적 책임 경영·지배 구조 개선) 경영 조직을 만들어가려 한다. 환경 보호, 사회적 약자 보호,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동반 성장, 민주적인 내부 의사결정 구조 확립 등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고 선도하겠다. 공공의 이익과 공적 책무를 다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넷째, 지역사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지역 발전에 기여하려 한다. 지역사회로부터 신뢰받는 집단이 되는 것은 모든 지역 이전 공공기관의 숙제일 것이다. 공공기관 지역 이전 때 기대했던 취지를 구현함으로써, 국가균형발전을 실천하는 데도 관심을 가질 계획이다.
-재단의 올 상반기 성과와 하반기 주요 사업은.
▶코로나19 어려움 속에서도 상반기 중 사립학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우선 10개 사립대학에 총 289억5천여만원을 융자해 교육시설 환경 개선을 지원했다.
또한 지난 3월 대구대, 대구한의대를 포함해 전국 3개 대학에 행복기숙사를 개관해 1천910명의 학생들이 입주했다. 행복기숙사 사업은 대학생들의 주거 복지를 위해 재정난을 겪는 대학들에 기숙사를 지어주고, 30년간 나눠서 건축비를 회수하는 사업이다.
많은 학생들이 더 좋은 주거 환경에서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40개의 행복기숙사를 건설했으며, 2만1천791명의 학생이 생활하고 있다.
16차례의 원격연수 개최와 8개 과정의 자체 온라인 콘텐츠를 개발했다. 그 과정을 통해 총 1천395명의 대학 교직원들이 전문성과 행정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이밖에 상반기에 ▷공공데이터 제공 운영실태 평가 ▷사립대학 통계품질진단평가 ▷부패방지 시책평가 ▷개인정보관리 수준진단 등 4개 분야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우수'를 획득했다. 경영 및 사업분야에서 모범적인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반기에는 교육부와 함께 '폐교대학 종합관리 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폐교대학 직원과 학생들에 대한 사후 지원 및 관련 정보를 통합·관리하고, 앞으로 있을 대학 폐교에 대한 대응 체계를 구축해나갈 예정이다.
특히 재단 청사 부지 내에 '폐교대학 아카이브'를 건립하기 위한 준비를 거의 마쳤고, 이르면 하반기에 첫 삽을 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폐교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유일한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사학혁신지원사업' 대상 대학을 선정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사학혁신지원사업은 사학의 투명성·공공성 강화를 위해 추진해 온 각종 정책들과 연계, 대학 현장에서의 사학 혁신 사례를 육성·지원하는 사업이다. 하반기 중 전국 5개 사립대학을 선정하고, 이를 마중물 삼아 전국 사학에 민주성, 공공성, 투명성 제고를 유도하려 한다.
-올해 상반기 채용에서 대구경북 지역인재 비율이 60%에 달했다. 그간 지역과의 상생 노력과 앞으로의 상생 방안은.
▶사학재단이 이전 공공기관 중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지역 상생 의지는 어느 곳보다 크다.
재단이 대구로 이전한 2014년부터 7년간 총 70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했는데, 이 중 46명(65.7%)이 대구경북 출신 인재다. 올해만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지역 인재 유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며, 지역사회와 상생 발전한 사례로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아 지역사회공헌기금을 조성, 지역아동센터 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 업체로부터 지난해까지 약 33억원을 우선 구매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구혁신도시발전위원회, 지역선도대학육성사업, 달구벌커먼그라운드 등 각종 지역 협의체에도 적극 참여해 지역 발전과 상생을 위한 공공기관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향후에도 지역사회와 적극 소통하면서 현안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나가려 한다.
-임기동안 꼭 이루고자하는 소망 또는 앞으로의 포부는.
▶30년 넘게 지역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총장을 역임하며 개인적으로 가졌던 고민이 크게 두 가지 있다. 지역 사립대의 어려움과 지역 불균형 문제다.
평생의 화두이자 숙제였던 이 고민들을, 사학재단에 부임하며 구체화하고 실천할 수 있게 됐다. 힘든 상황에 놓은 사립학교들에게 힘이 되고자 뛰는 것,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의 고민을 덜고자 작은 힘이 되어주는 것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려한다.
한가지 더 욕심이 있다면, 그간 사학재단이 추진해 온 사학 진흥 정책들을 수행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능동적인 정책기관의 역할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전국 사학의 현실은 사학재단 직원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현장의 실태와 고충, 어려움을 듣고 그것을 수렴, 사학 진흥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들이 입안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에도 나서볼 계획이다. 보다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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