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퇴직 경찰 박정호 씨의 '접시꽃 사랑'…안동 국도변 꽃길 조성

풍산읍 귀촌 자비로 씨 뿌려 꽃 활짝…폐기물 불법투기 많았던 도로변 개선
지원 없이 사비로 봉사 중… 꽃 모종 도둑 맞는 등 어려움 많아

경찰로 사회에 봉사하다 퇴직한 박정호 씨는 고향 마을인 경북 안동시 풍산읍 국도변에서 폐기물 불법 투기를 막고자 6년 전부터 접시꽃 길을 조성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박정호 씨가 자신이 조성한 접시꽃 길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김영진 기자
경찰로 사회에 봉사하다 퇴직한 박정호 씨는 고향 마을인 경북 안동시 풍산읍 국도변에서 폐기물 불법 투기를 막고자 6년 전부터 접시꽃 길을 조성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박정호 씨가 자신이 조성한 접시꽃 길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김영진 기자

한 퇴직 경찰의 접시꽃 사랑과 고향을 위한 봉사가 경북 안동지역 국도변 꽃길 조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안동시 풍산읍에 사는 박정호(67) 씨는 6년 전부터 안동~예천을 연결하는 국도 34호선 주변에 다양한 색깔의 접시꽃을 심어 꽃길을 조성 중이다.

박 씨의 접시꽃 사랑은 퇴직 후 고향 마을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앞서 20여 년간 경찰로 근무하며 지역 사회에 봉사하다 퇴직한 박 씨는 고향 마을인 풍산에 새롭게 보금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고향 마을 주변 국도변에 흉물스럽게 버려진 폐기물과 쓰레기로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박 씨의 고향 마을은 안동과 예천을 연결하는 국도변에 있다 보니 몰래 쓰레기를 투기하고 가는 얌체족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평소 꽃에 관심이 많던 박 씨는 타이어와 가구, 전자기기 등의 폐기물을 모두 청소하고 도로변에 접시꽃씨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는 "접시꽃의 특징은 그해 봄에 씨를 뿌려두면 다음해가 돼서야 꽃을 볼 수 있다"며 "처음 꽃이 핀 6년 전부터 꽃밭에서 씨를 채취해 매년 꽃길을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 안동시 풍산읍에 사는 박정호 씨가 자신이 조성한 접시꽃 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경북 안동시 풍산읍에 사는 박정호 씨가 자신이 조성한 접시꽃 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박 씨의 꽃길 조성 이후 마을 부근 폐기물 불법 투기는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몇 해 전부터는 다양한 무늬와 색을 자랑하는 새로운 품종 변이종 접시꽃이 피고 있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볼거리도 제공 중이다.

하지만 박 씨의 꽃길 조성 봉사가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지자체나 국도관리사무소의 지원 없이 본인의 자비로 접시꽃 길을 조성하고 있는데 올해에는 품종 변이종 접시꽃을 누군가 모두 훔쳐간 것이다.

박 씨는 "지난해 7월쯤 겹꽃과 이색 변이종을 엄선해 많은 양의 접시꽃 씨를 뿌렸는데 비가 자주 내린 올해 3월쯤 꽃 모종이 모조리 사라졌다"며 "현장에는 모종삽과 장화자국만 가득했고, 인근에는 자동차로 실어간 타이어 자국만 남았다"고 하소연 했다.

이 밖에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는 앞으로도 접시꽃 길 조성 봉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박정호 씨는 "그동안 버스기사 분들이나 소문을 듣고 사진을 찍으러 오는 이들이 많은 격려를 해주셔서 힘이 났다"며 "처음 꽃 길을 조성할 때 심한 가뭄으로 동네 분들과 지인들이 대신 물을 뿌려주며 도움을 주기도 했는데 저도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꽃 길 조성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