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여당 단독으로 밀어붙이는 언론 규제법, 도대체 뭘 노리나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언론 규제 법안에 대해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 언론 단체들의 중단 촉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중대한 국정 현안에 대한 비판 기능이 제한받을 것"이란 편집인협회의 우려는 당연하다. 언론의 정당한 보도에 대한 무차별적 소송 남발을 부추길 것이라는 언론노조의 비판도 합리적이다.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 배상은 권력이 언론에 재갈을 물릴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란 말로 핵심을 짚었다. 범여권이 공청회 한 번 없이 언론 규제법 처리를 강행한다면 내년 대통령 선거 때문이라는 비난을 떨치기 어렵다.

범여권이 언론 개혁이라 포장한 법안은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독소 조항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가장 논란 거리인 징벌적 손해 배상만 봐도 민주당은 피해 및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안을 마련했다. 이미 형법에 명예훼손과 모욕죄, 민법엔 손해 배상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이는 언론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키려는 전형적 과잉 입법일 뿐이다. 정정 보도를 신문은 1면, 방송은 첫 화면으로 강제하는 조항 역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여기에 언론중재위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두려는 법안까지 나와 있다.

여당은 속전속결로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주 법안 심사를 이어가 빠르면 23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범여권은 현행 제도만으로는 가짜 뉴스나 허위 보도로 인한 피해를 막기 어렵다는 이유를 댄다. 하지만 그 경계가 불분명한 것이 언론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 와중에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하거나,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고 해 집 없는 사람들이 집 살 기회를 날리게 한 것부터가 가짜 뉴스의 경계선상에 있다.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서 언론 규제 법안을 힘으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언론계와 언론 전문가, 야당의 반대에다 위헌 시비를 무릅쓰면서까지 입법을 서두른다면 언론 재갈 물리기로 그 이유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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