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개고기 논란' 이제는 끝내야 할 때

1천만명 반려인의 동반자, 그래도 '먹거리'로 보이나요?

1천만 반려인 시대, 반려견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1천만 반려인 시대, 반려견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개고기는 전통이다','건강에 도움되는 식품이다' 식의 주장은 개 식용을 지지하고 관련된 업을 유지할려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개는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인류의 동반자다', '개농장과 개도축은 불법이며 동물학대다'라는 주장은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며 동물보호법에 적시되어 있는 사실이다.

1천만 반려인 시대, 우리나라는 경제 문화적으로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 미디어와 광고에는 개와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모두가 개와 고양이를 반려동물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도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올바른 국민 정서라 가르치고 있다.

이제 개식용은 과거 먹고 살기 힘든 시기 용인된 관습으로 생각하지, 후세들에게 자랑할 만 한 전통 문화로 여기지 않는다.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에게 고통주는 모든 행위들을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처벌한다. '서울 경동 개시장', '성남 모란 개시장', '부산 구포 개시장' 을 해당 지자체들이 폐쇄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일요일 동대구역에서 '개식용 철폐' 시민 집회가 있었다. 이유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구 칠성 개시장'이 아직도 성업 중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왜 개를 다른 가축과는 달리 생각하며, 심지어 삶의 동반자로 여기는 지 살펴보자.

◆인간과 개의 기원

최근 유전자 분석 기술의 발달로 현존하는 인류는 20만년 전 아프리카에 살던 여성 크로마뇽인의 후손임이 밝혀졌다. 이를 '아프리카 기원설' 또는 '이브가설'이라 부르며 현재까지 가장 신뢰받는 인류 기원 학설로 인정받고 있다. (알란윌슨. 캘리포니아대학. 1987.)

개의 기원은 약 10만년 전부터 존재했던 회색늑대(Canis Lupus)로 부터 진화한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늑대와 인간이 함께 생활한 가장 오래된 증거는 고대인류가 벽화를 그렸던 프랑스 남부지방의 쇼베동물에서 발견되었다.(1994년 발견) 쇼베동굴 바닥에는 아이와 늑대가 함께 거닐었던 발자국들이 45m에 걸쳐 발견되었다.

이는 2만6,000년 전의 흔적으로 늑대와 인간이 공존하는 가장 오래된 증거로 소개되고 있다. 시베리아 알타이 산맥 동토에서는 3만3,000년 전으로 추정되는 개의 두개골이 발견(2010년) 되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고고학에서는 늑대가 개로 진화되기 시작한 시기를 3만년 전 쯤으로 추정하고 있다.

ALPHA위대한 여정(2018,영화)
ALPHA위대한 여정(2018,영화)

◆천적에서 공존으로

고대의 생태계를 살펴보면 늑대와 인류는 둘 다 무리 생활을 하며 유사한 사냥감을 두고 경쟁하였다. 인간에 비해 월등한 체격과 호전성을 가진 늑대는 인간에게 매우 위협적인 존재였다. 당연히 인간들은 생존을 위해 늑대들과 싸웠을 것이다. 인간과 늑대는 천적 관계였다.

3만년 전 빙하기가 절정으로 치달으며 인간과 늑대는 극한의 환경을 맞이한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늑대가 개로 진화하는 화석들이 발견된다. 늑대의 큰 골격과 강력한 턱구조가 점차 유해지며 개를 닮아가고 있다. 늑대의 일부가 인간이 버린 음식물 또는 나눠주는 음식물을 의존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개의 기원을 이해할 수 있는 한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빙하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2만년 전 유럽, 고립된 고대 인류와 우두머리(Alpha Dog)가 되려다 심각한 상처를 입은 늑대와의 운명적인 동거가 동굴에서 시작된다. 서로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지며 어느 순간 부터 둘은 동료가 되고 서로를 지켜준다. 늑대의 입장에서 인간을 살펴보는 관점도 흥미롭다. 뛰어난 영상미와 함께 인간과 개, 공존의 시작을 소개하는 영화다. 반려인이면 꼭 한번 보실 것을 추천한다.

영국 포츠머스 대학의 Juliane Kaminski의 연구에 따르면 수 천년에 걸쳐 개의 눈썹 근육은 극적으로 발달하였다고 주장한다. 개는 눈썹 주변의 근육들을 발달한 덕분에 개의 눈은 늑대에 비해 크고 둥글게 보여지며, 흰자위를 더 많이 노출시키면서 흡사 인간의 눈을 닮아가는 듯하다.
영국 포츠머스 대학의 Juliane Kaminski의 연구에 따르면 수 천년에 걸쳐 개의 눈썹 근육은 극적으로 발달하였다고 주장한다. 개는 눈썹 주변의 근육들을 발달한 덕분에 개의 눈은 늑대에 비해 크고 둥글게 보여지며, 흰자위를 더 많이 노출시키면서 흡사 인간의 눈을 닮아가는 듯하다.

◆인간이 늑대를 길들였을까? 늑대가 인간을 선택했을까?

큰 체격의 고대의 늑대들에게 빙하기는 혹독했다. 사냥감이 부족해지면서 무리 내 약한 개체들과 새끼들은 죽거나 무리를 떠나 인간이 먹다 버린 음식물에 의존하기 시작한다. 인간들은 그나마 덜 위협적인 새끼 늑대들에게 먹이를 제공했을 수도 있다.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 늑대는 인간들을 또 다른 포식자로 부터 보호하는 역활을 맡겼을 수도 있다.

이러한 공생 관계가 거듭될 수록 늑대는 인간을 따르는 개로 진화하기 시작했다.수백년, 수천년에 걸쳐 서서히 가축화되었을 것이다. 빙하기는 늑대가 인간에게 다가오게 만들었으며, 인간이 먹이를 제공함으로써 늑대는 인간을 따르는 개로 진화한 셈이다.

◆인간을 신뢰하며 진화한 동물 '개'

늑대의 모습이 개로 바뀔수록 인간을 따르는 경향은 더 깊어진다. 인간을 무한 신뢰하는 개의 본성을 이용해 인간들은 손 쉽게 다양한 용도의 개로 품종을 개량시켰다. 현존하는 개의 체형이 무척이나 다양한 이유가 여기있다. 너무나 인간을 따르다 보니 주인이 개를 학대해도 개는 주인을 신뢰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개의 두개골을 늑대의 두개골과 비교해보면 인간 두개골 진화와 유사하게 골격의 중성화가 이루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개는 인간들의 변화에 따라 선택을 받다보니 자연히 여성화된 인간이 선호하는 모습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개의 두개골을 늑대의 두개골과 비교해보면 인간 두개골 진화와 유사하게 골격의 중성화가 이루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개는 인간들의 변화에 따라 선택을 받다보니 자연히 여성화된 인간이 선호하는 모습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신뢰를 넘어 인간을 닮기 시작하는 개

개의 두개골 진화는 인간의 두개골의 진화 패턴과 시기마저 흡사하다. 미국 콜로라도대학 Michael Klymkowsky의 연구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에 비해 현대인의 두개골은 눈두덩이가 낮고, 치아와 악관절이 작아지며 여성화되어 졌다고 한다. 개의 두개골을 늑대의 두개골과 비교해보면 인간 두개골 진화와 유사하게 골격의 중성화가 이루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개는 인간들의 변화에 따라 선택을 받다보니 자연히 여성화된 인간이 선호하는 모습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개가 인간과 소통하기 위해 진화된 증거

영국 포츠머스 대학의 Juliane Kaminski의 연구에 따르면 수 천년에 걸쳐 개의 눈썹 근육은 극적으로 발달하였다고 주장한다. 개는 눈썹 주변의 근육들이 발달한 덕분에 개의 눈은 늑대에 비해 크고 둥글게 보여지며, 흰자위를 더 많이 노출시키면서 흡사 인간의 눈을 닮아가는 듯하다. 사람처럼 눈두덩이를 들어 올리며 감정을 전하기도 한다. 인간의 감정을 눈을 통해 읽어내면서 스스로도 눈을 이용한 감정 표현을 시도하려는 진화의 흔적이다.
◆개가 인간을 흠모한다는 증거

헬싱키 대학의 연구는 인간과 개 사이에는 생리학적 감정 교감이 깊어져 있음을 증명한다. 사랑하는 연인끼리, 엄마가 아기의 눈을 바라보면 혈중 옥시토신 수치가 상승한다. 옥시토신은 모성애와 애정을 유발시키는 호르몬이다.

주인이 개의 눈을 들여다 보아도 옥시토신 혈중 수치가 높아진다고 한다. 반대로 개가 인간의 미소를 볼 때도 개의 옥시토신 혈중 수치가 상승한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 간에 생성되는 행복한 호르몬이 개와 사람 모두에게 상호 분출되는 셈이다. 개가 인간을 사랑한다는 증거이다. 지구 상에서 인간을 흠모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개를 사람처럼 대하는 이유

개를 존중하고 사랑할 수록 감정이입이 깊어진다. 키즈산업이 꾸준히 성장하는 이유와 유사하다. '내 아이' 라 호칭하며, 개와 고양이에게 더 맛있는 걸 먹이고, 더 예쁘게 꾸미고, 뭔가를 더 해주려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대리 만족한다. 인간관계가 소홀해서가 아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그러하지 않은 사람보다 정서적으로 훨씬 더 안정되어 대인관계가 원만하다. 약자를 배려할 여지도 높다.

대통령 후보를 선택할 때도 그 후보가 반려동물을 키우는지? 어떻게 대하는지?를 살펴본다. 그 후보의 감성과 배려심을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를 사람처럼 대하는 이면에는, 개가 사람을 닮아갈려는 진화론적인 배경도 한 몫한다. 개가 누군가를 닮았거나 사람처럼 행동할 때 보호자의 감흥은 배가 되기 때문이다.

대구 칠성 개시장 폐쇄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대구 칠성 개시장 폐쇄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대구 칠성 개시장이 하루빨리 폐쇄되어야 하는 이유

개농장주는 개를 다른 가축들보다 다루기 쉽다고 한다. 왜 일까? 개는 자신을 가두고, 때리는데도 그 인간에게 꼬리를 흔들고 따르기 때문이다. 먹이와 매만 들면 농장주는 신이되기 때문이다.

인간을 신뢰하며 진화된 개를 먹거리로 전락시키는 안타까움이 더이상은 되풀이 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그 바램이 이루어질려면 우리나라 마지막 남아있는 칠성 개시장이 하루라도 빨리 폐쇄되어야 한다.

대구 칠성시장 개고기 유통 사업자 중 상당수는 본인들의 사업이 사양 산업임을 잘 알고 있으며, 자신들도 더 이상 지탄을 받고 싶지 않으며 전업을 하고 싶다고 하소연 한다. 어찌보면 대구시가 불법 또는 편법으로 개고기 유통업을 존치하도록 용인하며 의도치 않게 장려한 측면도 있다.

최근 지역 동물보호활동가들과 칠성 개시장 종사 사업자 간에 협의를 통해 전업을 위한 대안들을 모색 중 이라는 소식이 들려 다행이다 싶다. 반면 대구시의 소극적인 태도는 시민으로서 부끄러움이 앞선다. 대구를 동물공존도시, 생태 모범도시라 주장한다. 주장에 앞서 그에 부합하는 실천이 필요해 보인다.

박순석
박순석

박순석

수의학박사

서울특별시 동물복지위원

SBS TV 동물농장 수의자문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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